플레이오프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한국도로공사 서남원 감독이 외국인 선수 니콜의 초반 이탈을 '봄 배구' 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도로공사는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3~2014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5-22 21-25 25-19 22-25 15-11) 승리를 거뒀다.

'상처 뿐인 승리'였다. 진땀승을 거두고도 풀세트 승리 규정에 따라 승점을 2점 밖에 추가하지 못한 도로공사(13승15패)는 승점 38점으로 3위 KGC인삼공사(13승16패·승점 45)와의 승점차를 7점으로 좁히는데 만족해야 했다.

도로공사가 남은 2경기에서 최대 승점 6점을 벌더라도 인삼공사보다 1점이 뒤지게 된다. 13일 인삼공사와의 맞대결을 잡은 뒤 16일 현대건설전에서 드라마를 쓰려던 도로공사의 계획은 이날 경기로 산산조각났다. 서 감독은 "다음 경기의 맥이 빠지게 됐다. 4세트 초반에 잘 나가길래 '무난하겠다' 싶었는데 역시 경기는 끝나봐야 안다. 거기서 뒤집힐 줄 생각 못했다"고 곱씹었다.

반드시 승점 3점을 따야 했던 도로공사는 비교적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2세트를 내주기는 했지만 곧바로 3세트를 가져왔고 4세트에서 6-0까지 치고 나가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듯 했다.

하지만 잠깐의 방심은 도로공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서 감독은 "부담이 있었지만 초반에 경기를 잘 풀었기에 (승리가) 무난할 것으로 봤다"면서 "서브 리시브에서 1~2개 미스를 하면서 (황)민경이가 흔들렸다. 그러면서 볼이 니콜에게 몰리게 됐다. 니콜에게 가는 공이 좀 더 안정적으로 가면 좋았을텐데 많이 떨어지다보니 타점이 내려왔다"고 돌아봤다.

서 감독은 시즌 초반 니콜의 공백을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니콜은 지난해 11월2일 GS칼텍스와의 개막전(도로공사 3-0 승리)을 치른 뒤 국제배구연맹(FIVB) 2013 월드 그랜드챔피언스컵에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하면서 자리를 비웠다. 도로공사는 니콜이 빠진 4경기를 모두 패하면서 초반 순위 경쟁에서 밀려났다. 이후에도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서 감독은 "니콜이 돌아와서 호흡만 제대로 맞았다면 몇 경기 더 이겼을텐데 그때 경기를 놓친 것이 아쉽다"면서 "국가대표로 팀을 나갔다가 오면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니콜 역시 팀의 탈락 확정에 좀처럼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니콜은 이날 무려 52점을 쏟아내며 고군분투했지만 목표를 이루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초반 4경기를 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면서 "지지 않았어야 할 경기들을 졌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니콜은 도로공사와의 재계약 여부에 대해 "아직 이야기가 오간 것은 없다. 한국에서 매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