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SK의 팀 역사상 첫 영구결번 주인공이 결정됐다. 박경완(42) 현 SK 퓨처스팀(2군)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박 감독의 공헌과 팀 내 위상을 고려하면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박경완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SK의 시선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정이라는 시선도 있다.
SK는 10일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박경완 퓨처스팀 감독의 선수 시절 등번호인 26번을 영구 결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지난해 말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프로 통산 23시즌 동안 2043경기에 출장해 1480안타, 314홈런, 995타점을 기록한 당대 최고의 포수 출신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포수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으며 SK의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07·2008·2010)을 이끌었다.
예정된 수순이다. 박 감독은 포수 최초로 300홈런을 달성했고 골든글러브만 네 차례 수상했다. 빼어난 수읽기를 통한 투수리드는 역대 최고로 손꼽힌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금까지도 SK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미 은퇴 당시부터 영구결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언젠가는 이뤄질 일이었고 SK는 재빨리 예우를 갖췄다.
영구결번이 주는 상징성이 여러모로 크다는 평가다. 우선 구단 역사상 첫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다. SK의 한 관계자는 “SK도 이제 팀 역사가 15년 정도 됐다. 우리도 영구결번 선수를 한 명쯤은 가질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내부에서 흐르고 있었다”라고 했다. 박 감독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적임자였다.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열어젖힌 SK로서도 팀 역사 정립에 있어 ‘박경완’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주는 가치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박경완=SK’라는 등호를 성립시키기 위한 결정타라는 분석도 있다. 박 감독은 2003년부터 SK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SK의 역사를 거의 처음부터 함께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프로 23시즌이라는 경력과 견주면 선수생활의 절반 정도만 SK에서 한 셈이 된다. SK도 이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택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 영구결번은 ‘박경완은 SK맨’이라는 이미지를 굳게 만들었다.
SK가 박 감독에게 큰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지난해 트레이드 논의가 있을 때 SK는 “박경완은 우리 선수”라는 대명제에서 움직였다. 당시 한 관계자는 “만약 다른 팀에 가서 은퇴를 할 경우에는 SK로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모양새가 될 수 있다”라고 걱정했다. 결국 트레이드를 하지 않고 박 감독을 눌러 앉혔다. 향후 지도자로서의 미래 가치, 그리고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가치에 주목했던 것이다. 이런 기조를 반영하듯 SK는 박 감독이 은퇴하자마자 곧바로 2군 감독을 맡기는 파격을 선보였다.
야구 관계자들은 “SK가 장기적으로 박경완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 측도 “당장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으면서도 '장기적'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물론 이번 영구결번 조치가 박 감독의 ‘전면 부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박 감독과 SK의 스킨십이 한층 강화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번 영구결번 결정에는 박 감독에 대한 예우 차원은 물론 박 감독을 보는 SK의 시선과 미래 전략이 조금씩 녹아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