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 미혼 여성 비율 그래프

서울의 30대 기혼 여성은 두 명 중 한 명꼴로 아기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30대 기혼 여성들은 네 명 중 한 명꼴로 아기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았다.

이런 통계에 비추어 볼 때 정부가 추진하는 출산율 1.7명(현재 1.19명)에 도달하려면 출산 지원 정책이 모든 자녀에게 똑같이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에서 벗어나 둘 낳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30대 기혼 여성 평균 자녀 수 1.9명→1.4명

본지가 통계청의 2010년 인구센서스를 통해 30대 기혼 여성들의 자녀 수를 분석한 결과, 서울 30대 기혼 여성이 아이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은 경우가 전체의 49.4%로 집계됐다. 1990년에는 무(無)자녀 및 한 자녀 비율이 22.3%였는데, 20년 새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30대 기혼 여성들의 평균 자녀 수도 뚝 떨어졌다. 1990년 1.94명→2000년 1.65명→2010년 1.4명이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이전에는 결혼하면 아이를 2명씩은 낳는다고 여겼으나, 주 출산 연령층인 30대에서 그런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작년 출산율이 전해보다 크게 떨어진 것도 둘째를 낳는 가정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국의 30대 기혼 여성 통계를 봐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없거나 한 자녀를 둔 여성이 39.8%로, 1990년(18.6%)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평균 출생아 수도 1.6명에 그쳐 20년 전 2.1명보다 크게 떨어졌다.

◇고학력·취업 여성 아이 하나 낳고 단산 늘어

고학력 여성일수록 아이를 하나 낳는 경우가 늘고 있다. 30대 기혼 여성 중 대졸 학력을 가진 여성의 한 자녀 비율이 43.1%로, 고교 졸업자(31.8%), 중학교 졸업자(30.7%)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경우는 두 자녀(41.6%)보다 한 자녀(43.1%)를 낳은 경우가 더 많았다.

취업 여성도 마찬가지다. 한 자녀를 둔 30대 기혼 여성 가운데 일하는 여성이 56.5%를 차지했고, 전업주부는 43.5%에 그쳤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는 직장 생활 7년 만에 결혼해 33세에 아이를 하나 낳았다. 김씨는 "아이를 낳으면 육아휴직도 해야 하고 집안일에 신경 써야 하므로 직장의 생존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아이 둘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한곤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 자녀부터 대학 장학금도 주고 있는데 출산 장려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모든 출산 정책의 초점을 두 자녀 낳기에 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프랑스도 육아수당을 두 자녀를 낳았을 때부터 지급한다.

◇무상 보육·교육에도 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안 줄어

정부가 자녀들에게 지원하는 양육수당과 보육수당을 모두 합하면 1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에서 보육·양육비를 지원받아도 사교육비 부담은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원해준 돈만큼 부모들이 그 돈으로 다른 사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초·중·고교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하소연한다. 통계청의 2013년 사교육비 통계만 봐도, 서울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교생 64만2000원, 중학생 49만8500원, 초등학생 34만6000원이었다. 이런 사교육비 부담에 허덕이면서 부모들은 아기 낳기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결혼 연령 높아지면서 미혼도 늘어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초혼 연령도 높아져 20·30대 미혼이 크게 늘고 있다. 초혼 연령은 1990년 24.7세에서 2000년에 26.5세, 2010년 28.9세로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혼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본지가 통계청의 2010년 인구센서스 이후 연령별 결혼 수를 따져 미혼율을 조사한 결과, 2012년 기준으로 28세는 절반이 넘는 61.1%가 미혼이었고, 30세는 43.9%, 31세는 37.7%가 미혼으로 나타났다.

김한곤 교수는 "기혼 여성도 아이를 하나 낳는 경우가 늘고 있는 데다, 아예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여성이 늘고 있어 출산율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미혼 여성이 결혼하기 좋게 결혼 비용을 줄이고, 취업해서도 육아휴직 등이 제대로 이뤄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면 좀처럼 저출산을 극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