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속의 금메달!''내 인생의 열쇠 같은 존재.'

4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E1과 함께하는 김연아 선수 귀국 환영회'에서 팬들의 애정 어린 응원 메시지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자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눈시울이 조금씩 붉어졌다. 이 영상에는 '김연아는 날 울린 유일한 여자' '남자 조심! 나 빼고 다 늑대'와 같이 재치있는 응원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3분간의 영상이 끝나자 어느새 김연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김연아는 "멘트 하나하나가 감동적"이라며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연아가 등장하자 객석 곳곳에서 박수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머리를 깔끔하게 묶어 올린 김연아는 살구색 스포츠웨어에 검은색 스키니진을 입고 나타났다. 김연아는 “오늘 좀 어리게 보이려고 머리도 올리고 옷도 상큼하게 입고 왔다”며 방긋 웃었다.

이날 행사에는 추첨을 통해 초청된 김연아의 팬 170명이 함께했다. 하지만 10대1에 가까운 경쟁 탓에 초청받지 못한 팬 수백명이 행사장 주위를 둘러싸면서 열기는 훨씬 더 뜨거웠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김연아가 팬들을 공식적으로 만난 첫 행사였으며, 피겨 국가대표 후배인 김해진(17·과천고)·박소연(17·신목고)도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방송인 전현무는 김연아와 일문일답으로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갔다. "피겨에 미련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연아는 "이제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서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젠 스케이트 날만 봐도 지겹지 않으냐는 질문에 "스케이트가 꼴보기 싫은 건 좀 오래된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17년7개월간의 피겨 인생을 마감했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강도 높은 연습을 하느라 몸이 많이 망가졌다는 뉴스를 접한 팬들의 걱정도 나왔다. 하지만 김연아는 "제 척추가 왼쪽으로 10도 정도 치우쳐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그 정도로 심각하진 않아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내주게 된 '텃세 판정 논란'에 대해서는 쿨한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어이는 없었지만 끝났다는 것에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며 "결과를 되새김질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해진은 "소트니코바가 점수가 많이 나와 언니한테는 얼마나 주려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연아의) 점수가 너무 적게 나와 화가 났다"고 했고, 박소연은 "아직도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로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소치 동계올림픽, 2013 세계선수권을 꼽았다. 김연아는 "세 대회 모두 내가 클린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다. 김연아는 "운동할 때는 하루하루 긴장하는 게 스트레스였는데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5월 초에 있을 아이스쇼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10년 후 모습을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지만 "소치올림픽 출전으로 IOC 선수위원 자격을 갖추게 됐다"며 IOC 선수위원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김연아는 이어 선물 증정식에서 팬들에게 자신의 사인이 담긴 공연 CD 등을 전달했다. 김연아는 "지금까지 저를 변함없이 지지해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며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이 '연아야, 사랑해'를 세 번 외치고 김연아가 머리 위로 손을 올려 하트를 그리며 행사는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