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개강을 4일 앞두고 지난달 27일 찾아간 경산시의 대구미래대학교. KTX 동대구역에서 내려 다시 승용차로 40분쯤 달리니 학교가 나왔다. 강의동에 들어서니 교수 연구실마다 붉은색으로 '연구실 이전 절대 반대'라고 쓴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이 대학은 "운영비가 부족하다"며 이번 겨울방학에 교수 연구실을 대부분 없애고, 3~15명이 함께 쓰는 '통합 교수 연구실'을 만들었다. 대학에 초·중·고교 같은 '교무실'을 만든 것이다.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어학 실습실도 최근 폐쇄됐다. 지난 학기까지 학생들이 컴퓨터와 헤드셋으로 어학 공부를 하던 곳이다.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이 검도 연습을 하던 검도장은 면적이 줄었고 뷰티스타일리스트과 학생들이 공부하던 실습실도 규모가 줄어든다. 학교가 돈을 아끼려고 교육 공간을 축소한 것이다. 뷰티스타일리스트과 교수는 "신입생 모집할 때 실습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홍보했는데, 결국 거짓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지난해 연말 월급이 100만원쯤 되던 조교들도 모두 해고했고, 교수 월급도 1~2월 두 달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대학 A교수는 "학과를 통폐합하니 사진과 교수가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마케팅 교수가 병원 의료 업무를 가르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학 이인호 교무처장은 "학생 이용률이 떨어지는 실습실은 운영비 절감 차원에서 폐쇄하거나 축소했다"고 해명했다. 이 학교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19일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교육부는 "자료를 검토한 후 감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법인 애광학원이 운영하는 전문대인 대구미래대는 지난 1998년 설립자 딸인 학장이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는 학내 분규로 교육부 임시이사까지 파견됐다. 2011년 9월 재단이 학교 운영권을 찾았지만 2013· 2014년 연달아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교육부는 2010년부터 대학의 재정건전성·취업률 등을 평가해 하위 15%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해왔다. 2년 연속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은 전국에 15곳이 있다.
문제는 이 대학들이 부실 대학으로 지정된 뒤에도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아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는 대구미래대처럼 부실대에서 '탈출'하기 위해 학생들 교육에 필수적인 공간을 없애고 무리하게 학과 통폐합을 시도한다.
'사학 비리'로 적발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가 운영하는 다른 3개 대학(신경대·한려대·광양보건대)도 교육부 감사에서 비리가 드러나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한려대는 교원 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서남대 부속 병원의 간호사 등 직원 21명을 전임 교수인 것처럼 허위 등록했고, 광양보건대는 산업체와 현장실습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채 실습생 161명을 파견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이 감사에서 드러났다. 신경대는 교수 13명이 임용되기도 전에 51개 과목을 강의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