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문화세계의 창조 경희대학교'란 문구가 미국 상공에서 펼쳐졌다.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경희대를 사랑하는 아버지 남우성(52·체육학과 81학번)씨, 아들 남기윤(21·체육학과 12학번)씨, 딸 남서영(19·여·체육학과 14학번)씨다. 학교에 대한 애착으로 이들은 하늘을 날았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우성씨의 가족은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돼 피곤한 모습이었다.
남우성씨는 "내 인생과 함께한 경희대를 위해 뭔가 하고 싶었고 내가 좋아하는 스카이 다이빙을 택했다"며 "지난 해 12월에 가로 4m, 세로 7m 크기의 현수막을 제작해 가족들과 함께 스카이 다이빙 환경이 잘 구축 된 미국으로 갔다"고 입을 뗐다.
상공에서 여러명이 현수막을 펼치는 스카이 다이빙의 경우 참가자들의 체중이 5kg 이내로 차이 나지 않으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저체중인 사람이 현수막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대한 사랑도 사랑이지만, 가족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남우성씨는 "딸 서영이가 48kg고, 아들 기윤이가 65kg, 내가 80kg으로, 최대 32kg의 차이가 있다"며 "아들과 딸은 지난해 말 스카이 다이빙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 퍼포먼스의 성공을 위해 100번이 넘게 뛰어내리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학교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펼칠 정도로 열정을 보이는 남씨 가족. 이들은 왜, 언제부터 경희대에 애착을 갖게 됐을까.
1981년 경희대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한 남우성씨는 1990년 행정학 석사과정을 거쳐 2004년 스포츠행정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양학부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경희대는 전문 학문을 처음 시작한 곳이고, 학교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끼며 점점 애착이 더해졌다. 언제부턴가 우리 집처럼 편안한 느낌 까지 들었다"고 설명했다.
아들 남기윤씨와 딸 남서영씨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입학한 지 2년이 지난 남기윤씨는 "학생들을 위한 시설(헬스클럽 등)이 좋고 복수 전공 제도가 다른 학교보다 활발해서 스포츠를 내가 좋아하는 다른 과목에 접목 시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윤씨의 또 다른 전공은 '응용물리학'으로 그는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꿀 혁명적인 기법이나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수영에서 배영 자세를 바꿔 기록을 단축한 미국의 수영 코치 텍스 로버트슨 처럼 스포츠에 역학을 접목해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거나 운동 선수가 최상의 조건으로 경기할 수 있게끔 운동복 등 과학이 접목된 스포츠 용품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오빠 기윤씨를 따라 경희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 서영씨는 복수전공으로 '철학'을 생각 하고 있었다. 서영씨는 훗날 스포츠 심리학자가 돼 엄청난 경기 중압감에 시달리는 선수들에게 힘이 돼고 싶단 뜻을 밝혔다.
서영씨는 "운동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실수로 경기를 그르치지 않게끔, 큰 경기를 앞두고 대범한 모습을 보이는 제 2의 김연아 선수를 많이 배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남씨 가족은 '울릉도-독도 횡단 프로젝트'의 뜻을 밝혔다.
"저희 가족에겐 특별한 학교인 만큼, 경희대 상징이 그려진 옷을 입고 가족끼리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헤엄치고 싶어요. 학교도 알리고, 독도가 우리땅이란 것도 알리고. 1석 2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