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홍 환경운동연합 회원

최근 달포 동안 한반도 겨울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전국 국도를 4000㎞ 정도 달렸다. 아침저녁으로 농어촌 마을을 지날 때 쓰레기 태우는 매캐한 냄새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종량제 봉투에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커다란 드럼통에서 아무런 오염 방지장치 없이 그냥 태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물상, 수퍼마켓, 영세공장, 주유소, 교회, 절, 학교 등 동네 전체가 불법 소각장 같은 마을도 있었다. 전국에서 매일 10만군데 이상에서 불법 소각이 자행된다. 농어촌이라서 짚단이나 나뭇가지 등을 태우나 보다 하겠지만, 실제로 가 보면 폐비닐과 합성수지제품 등이 더 많다. 조립식 창고를 짓고 남은 엄청난 양의 스티로폼을 태우는 농부를 보기도 했다. 음식 찌꺼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쓰레기를 불법 소각하는 것이다. 그 재는 무단으로 방치하거나, 논밭에 거름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쓰레기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 농가의 80%가 소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쓰레기의 불법 소각은 인체에 치명적 해를 끼치는 환경호르몬을 다량 발생시킨다. 그리고 불완전 연소로 인해 엄청난 양의 미세 먼지도 발생한다. 쓰레기 소각에서 나오는 바닥재와 비산(飛散)재에 인체 유해물질인 납, 수은, 카드뮴,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이 다량 포함돼 있다. 불법 소각 때 발생한 비산재에는 소각장 비산재보다 미세 먼지 10만배, 납이 20배, 수은이 21배, 카드뮴이 706배, 다이옥신이 1만배나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생긴 미세 먼지 등 오염물질은 공기를 타고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하고, 방치된 재는 빗물을 통해 강과 바다로 흘러간다.

언제까지 불법 소각의 천국에서 살아야 하는가. 통제 불능인 중국 탓만 하지 말고 미세 먼지 발생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통제 가능한 한반도 불법 소각을 잡아 온 국민이 깨끗한 공기 속에 살 수 있게 관계 당국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