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펑크록그룹 푸시 라이엇이 19일(현지시간) 소치에서 동계 올림픽 광고판 아래서 공연을 벌이려다 현지 치안경찰에게 채찍질 등 폭행을 당했다.

푸시 라이엇 여성 멤버 5명은 다른 남성 1명과 함께 소치에서 자신의 사인을 한 스키 복면인 발라클라바를 착용하고 공연하던 중 코사크족 치안경찰 최소 10명이 들이닥쳐 기타와 마이크를 빼앗겼다.

코사크족 치안경찰관 1명이 이들에게 후추 분무액을 뿌렸고 다른 코사크 경찰관 1명은 푸시 라이엇 멤버 몇 명에게 채찍질했다. 일부 코사크족 경찰은 이들의 복면을 벗기고 빼앗은 기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코사크족 경찰은 격하게 멤버들의 복면을 벗기고 땅에 쓰러진 맴버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를 채찍으로 때렸다. 3분도 채 안 된 코사크족 경찰 난입 사건으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푸시 라이엇의 한 여성 멤버와 남성은 경찰이 자신을 바닥에 쓰러뜨렸다고 밝혔다.

톨로코니코바는 이후 코사크족 경찰이 내 몸 여기저기를 구타해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증인을 상대로 사건을 조사했으나 체포된 사람은 없었다.

크라스노다르주(州)의 알렉산더 트카초프 주지사는 이날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 기소를 약속했다. 그는 현지 민영통신 인테르팍스 통신에 푸시 라이엇의 견해는 현지 주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의 시위 탄압에 비난하면서도 푸시 라이엇의 구타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항상 러시아인 모두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행사할 기본권이 있음을 지지해왔기 때문에 시위대에 대한 폭력 행사는 비난한다”고만 밝혔다.

반푸틴 시위로 국제적 관심을 받아 온 푸시 라이엇은 소치 동계 올림픽 불참 운동을 펼쳤다.

코사크족 치안경찰 난입사건 후 톨로코니코바를 비롯한 멤버 4명은 소치 시내 시청 앞 오륜기 조형물 옆에서 깜짝 미니 공연을 열었다.

그들은 아래로 위로 뛰면서 플라스틱 기타로 ‘푸틴이 우리에게 조국애를 가르치다’란 곡을 불렀다. 올림픽 마스코트 분장을 한 사람이 재미를 위해 이 공연에 참여했다.

경찰은 공연에 개입하지 않고 보기만 했다. 행인 몇 명이 푸시 라이엇에 야유를 퍼붓거나 구경꾼들에게 이들의 공연을 보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