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선미경 기자] 역시 프로게이머 출신 임요환의 전략은 남달랐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몇 번의 우승을 거듭하며 힘겹게 결승전에 다가갈 때, 임요환은 단 한 번의 우승 없이 두 번의 데스매치에서만 살아남으며 단숨에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일대일 게임에서는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 임요환만의 저력은 역시 강했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더 지니어스: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에는 유정현이 임요환과의 데스매치 끝에 탈락, 이상민과 임요환이 결승전에 진출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로써 임요환은 메인매치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결승전에 진출한 최초의 플레이어이자, 단 번에 가넷(게임에서 사용되는 돈) 최고 보유자가 됐다.
이날 메인매치는 엘리베이터 게임으로 탈락자 대표인 홍진호와 이두희, 이다혜가 게스트로 나와 이상민과 임요환, 유정현과 함께 게임을 진행했다. 이 게임은 3대 3으로 리벤저 팀과 지니어스 팀으로 나뉘어 1을 누른 플레이어의 수만큼 말을 전진시켜 가장 먼저 100호에 도달하는 팀이 우승하는 게임. 리벤저 팀은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지니어스 팀은 최고 승점을 획득해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유정현은 리벤저 팀이 이길 경우 획득하는 2000만원의 상금을 우승 상금에 포함시키기 위해 개인의 생존보다는 팀의 승리를 도모했다. 이상민과 임요환 역시 유정현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끈끈한 연합이 생기는 듯 했지만 두 사람은 각자 유정현 몰래 다른 마음이 있었다. 결국 임요환보다는 리벤저 팀과 연합한 이상민의 쉽게 우승을 차지했고, 임요환과 유정현이 데스매치로 흑과백 게임을 하게 됐다.
임요환은 그동안 메인매치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마이너스 경매와 빅딜게임, 정리해고 등에서 나름대로 계획을 짜고 우승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계획은 항상 다른 플레이어들에 의해 막혔다. 처음에는 그와 연합을 형성하려는 듯 했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임요환의 거의 모든 작전은 통하지 않게 됐다. 결국 임요환은 11회까지 메인매치 총 0승에 가넷도 한 개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임요환은 일대일 게임인 데스매치에서는 눈빛부터 달랐다. 임요환이 엘리베이터게임에서 같은 프로게이머 출신인 홍진호에게 수를 읽힌 반면, 데스매치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임윤선과 유정현을 물리치는 저력을 발휘했다.
앞서 임요환은 지난 5라운드에서 임윤선과 첫 번째 데스매치를 했다. 메인매치에서 탈락자 후보로 결정된 임윤선은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상대로 임요환을 선택하며 그와 레이저 장기 게임을 했지만, 임요환은 남다른 기지를 발휘하며 차근차근 임윤선을 무너트렸다. 프로게이머 특유의 승부욕과 치밀한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준결승전에서 진행된 유정현과의 데스매치, 흑과백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정현은 노홍철, 조유영, 은지원과의 3연속 데스매치에서 생존하면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이날 진행된 흑과백 게임은 유정현이 앞서 조유영과 대결해 이겼던 게임. 하지만 임요환은 유정현과 조유영의 게임을 통해 유정현의 전략을 파악하고 있었고, 그와 반대 전략으로 정면 돌파 하면서 게임을 승리로 이끌었다. 역시 일대일 게임에 있어서 강한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이상민은 이번 시즌 내내 메인매치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비교적 손쉽게 거머쥐며 결승전으로 향한 플레이어다. 반면 임요환은 메인매치에서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데스매치에서 두 번 생존하며 결승전까지 간 상황이다. 일대일 게임으로 진행될 데스매치에서도 이런 임요환의 생존전략이 잘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