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도쿠노시마(德之島)의 면적 63㎢ 남짓한 작은 마을 이센초(伊仙町). '소싸움'으로 유명한 이 시골 마을에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를 가리키는 '합계출산율'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13일 발표한 '2008∼2012년 합계출산율'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이센초의 합계출산율은 2.81에 달한다. 합계출산율은 '전체 인구에서 일정 기간 동안 태어난 아이의 비율'을 뜻하는 '출산율'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지역 출산력 수준을 비교하는 주요 지표다.
5년마다 공표되는 이 통계에서 이센초는 두 번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일본에서 가장 합계출산율이 높은 곳으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2003∼2007년(2.42)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이센초의 '보육 시스템'을 꼽는다. 지역 전체가 보육에 대한 지원에 나서 가정의 출산·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6700명인 이센초에는 2012년 기준으로 마을 지자체가 설립한 공립 초등학교만 8곳이 있고, 모두 부속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공립 탁아소 2곳과 사회복지법인 보육원 1곳의 대기 아동 수도 '제로(0)'다.
'2008∼2012년 합계출산율'에서 이센초와 함께 상위 5개 지역으로 꼽힌 오키나와현 구메지마(久米島·2.31), 나가사키현 쓰시마(對馬島·2.18) 등도 이센초처럼 지자체와 가정의 출산·보육 연계가 잘 이뤄지고 있는 곳들이다. 특히 규슈·오키나와 지자체가 상위 30개 지역 가운데 29곳을 차지했다. 대개 시골이다.
시골의 출산율 상승에 힘입어 일본 전체 합계출산율은 2005년 1.26을 저점으로 오르기 시작해 2012년(1.41)에는 1996년 이후 16년 만에 합계출산율 1.4를 회복했다. 반면 대도시 지역은 여전히 전체 출산율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위 10곳의 절반인 5곳이 도쿄에 집중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이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은 1.7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