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분 동안의 발레 공연에 세계인이 매료됐다. 주인공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스타 무용수인 디아나 비시네바(Diana Vishneva·38)였다.
지난 8일 새벽(한국 시각) 열린 소치올림픽 개막식. 푸틴 대통령이 개회를 선언하자 하늘에서 폭죽이 터졌고, 이어 '평화의 비둘기(Dove of Peace)'를 주제로 한 무용이 펼쳐졌다. 청색 조명 아래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음악과 함께 발레리나 40명이 우아한 군무를 선보였다.
거대한 우산살처럼 생긴 망토 모양 의상은 접혀 있을 때는 초롱불 모습이었으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비시네바가 몸을 회전하며 춤을 추자 하얀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비시네바는 공연 직후 페이스북에 "내 비둘기들과 (안무가인) 모시스 펜들턴, 그리고 그 팀에 감사드린다. 무척 매혹적인 경험이었다"는 글과 함께 출연한 무용수들의 단체 사진과 공연 사진을 올렸다. 그는 "내 조국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날"이라며 "지금까지 겪어본 것 중 가장 많은 관객 앞에서 펼친 공연이 됐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비시네바는 바가노바 발레 학교 재학 시절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며, 당시 이미 마린스키 극장 무대에 섰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은 발레리나다. 19세 때인 1995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하고 불과 1년 뒤인 1996년 수석 무용수 자리로 올라섰으며, 같은 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브누아 드 라 당스'상을 받았다.
그간 '지젤' '르 코르세르' '로미오와 줄리엣' 등 고전 발레와 드라마 발레, 현대 안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오로라 공주 역이 유명하다. 현재 마린스키 극장과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수석 무용수를 겸하고 있으며, 볼쇼이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 등의 객원 무용수로도 활동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