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주(州)에 불고 있는 분리 독립 움직임이 자칫 진짜 '화약고'인 바스크자치주에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면서 스페인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소수민족 바스크족의 터전인 바스크자치주는 1960~2000년대 무장 독립투쟁을 벌인 테러집단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의 본거지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지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이 최근 ETA 공모자들을 잇따라 검거하고 수감자들의 석방을 불허하면서, 바스크 지방에서 반(反)스페인 정서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바스크 지역 최대 도시 빌바오에서는 지난 11일 10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틀 전 스페인 경찰이 바스크자치주 곳곳을 급습해 ETA와의 공모 혐의로 9명을 구속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경찰이 시위를 불허했으나 10만명 이상의 바스크인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연행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또 테러 혐의로 수감 중인 546명의 전직 ETA 조직원들을 가족과 가까운 바스크 지역의 감옥으로 옮겨줄 것도 요구했다.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구호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엘파이스는 전했다. 지역 내 2위 정당 빌두(Bildu)는 24일 집회에서 "평화를 깨는 것은 스페인 정부"라고 주장했다.
1959년 창설된 ETA는 스페인 정부 요인에 대한 테러를 벌여 지금까지 800명 넘는 사망자를 냈다. ETA는 "폭력적 수단이 바스크 독립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2011년 10월 무장투쟁의 종식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지하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드리드국립대 정치학과 안토니오 마르키나 교수는 "만약 카탈루냐 정부가 공언한 대로 11월 분리 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한다면 이는 바스크족의 독립 의지를 강하게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