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이특의 아버지와 조부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충격적인 참사가 일어났다. 아버지가 부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군 복무 중이던 이특은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와 장례를 치렀다. 그 슬픔의 현장에 다녀왔다.
지난 1월 6일,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의 아버지와 조부모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아버지 박모 씨가 부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사건 현장에는 아버지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간다’고 적힌 것으로 봐서 신변 비관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된다.
박 씨는 지난 1998년 아내와 이혼한 뒤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노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몇 년 전부터는 부모 모두가 치매를 앓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모친은 폐암 말기 판정까지 받았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부모를 봉양하던 박 씨는 꽤 오랜 시간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본인 명의로 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업 실패로 억대의 빚을 진 데다 집까지 차압당하는 상황에 몰리자 부모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은 박 씨가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기 하루 전날이었다고 한다. 그는 더 이상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는 자괴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효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부모를 극진히 모셔왔다. 지인들은 그가 치매 부모를 돌보면서 심적으로 많이 괴로워했다고 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박 씨가 새해 안부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는 소식을 전한 지인들은,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줄 몰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간다’ 요양원 보내기 하루 전날 일어난 참극
고인들의 장례 절차는 고대 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강원도 인제에서 군 복무 중이던 이특은 부친과 조부모의 사망 소식에 특별 휴가를 받아서 장례식장을 찾았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누나 박인영 씨도 연습 도중 한걸음에 달려왔다.
사회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충격적인 사망인지라 장례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조문객들을 제외한 일반인과 언론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서다. 처음 사망 소식이 알려졌을 때,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라고 잘못 전해지면서 한차례 폭풍을 겪었던 참이라 장례는 더욱 엄격하게 진행됐다.
빈소를 내내 지키던 이특은 퉁퉁 부은 눈으로 조문객들을 맞았다. 충격을 크게 받았지만 담담하게 상주 노릇을 해냈다고 한다. 슈퍼주니어 멤버를 비롯한 연예계 지인들이 빈소를 방문해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밤새 빈소를 지키고, 발인식에서도 끝까지 함께하면서 동료애를 나눴다.
1월 8일 오전에는 발인식이 치러졌다. 기독교식으로 치러진 영결식의 진행은 조정민 목사가 맡았다. 표인봉, 션 등 동료 연예인이 참석해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유족들은 오열했다. 묵묵하게 상주 노릇을 하던 이특도, 부친과 조부모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영결식 현장에서는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이특의 어머니도 참석해서 아들딸과 함께 슬픔을 나눴다. 세 대의 운구 차량이 동시에 나가는 장면은, 사연과 사인이 어떠했든 충격적이고 슬픈 장면이었다.
고인들의 유해는 충남 당진의 선산에 안치됐다. 장례 절차를 모두 마친 1월 11일 이특은 군대로 복귀했다. 처음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특의 조기 제대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이는 규정에 없는 사안이라서 조기 전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다. 이특은 오는 7월 전역 예정이다.
가정 불화로 얼룩진 어린 시절… 기구한 스타의 가족사
항상 밝은 표정에 웃는 얼굴, 재치 있는 입담으로 예능 프로에서 맹활약하던 이특이다. 슈퍼주니어의 리더로 활동하면서 예의 바른 언행으로 칭찬을 받았던 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 이특의 가정사 고백이 다시 회자가 됐다. 이특은 2012년 방송된 MBC 스페셜 에서 데뷔 전 힘들었던 시절을 털어놓으며 어린 시절 가정 불화에 대해 고백했다.
당시 이특은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부모님 사이가 안 좋으셨다"면서 "부모님이 너무 많이 싸우셨고, 너무 많이 맞기도 했다"고 불우한 가정환경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5년간 연습생으로 지내면서 데뷔나 성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할까? 조금 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행복을 찾아다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연습생 시절, 정말 빨리 성공하고 싶었다"라고 고백하면서 눈물을 흘려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이특은 더욱 악착같이 활동했다. 군대에 가기 하루 전날까지 방송 녹화를 하면서 본인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다. 가족들과의 마지막 인사도 방송을 통해 나눴을 정도다. 당시 에 출연했던 어머니는 "한창 나이에 추억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와서 꿈은 이루었지만, 입대 전날까지 스케줄이 있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아들에 대한 짠한 마음을 전했다.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 스타의 이면에는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슬픔이 있었다.
비하인드 스토리 “고인들은 이웃과 교류 없는 조용하게 지내던 사람”
신대방동에 있는 고인들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찾았다. 큰길에 위치해 있지만 경비실이 출입구에 한 곳만 운영이 되고 있을 정도로 작은 단지의 아파트였다. 이특의 부친과 조부모는 이곳의 가장 큰 평수인 50평대에 10여 년 전 분양 때부터 함께 살았다.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가까운 곳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같은 동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사고가 있기 전까지 이곳에 연예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서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금실이 좋은 부부였다고 한다. 항상 손잡고 다니는 사이였다는 사실을 위층에 사는 주민이 이야기했다. 이 주민은 "층간 소음 때문에 시끄럽지 않으시냐고 말씀드리니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냐'고 이해를 해준 분들이었다"면서 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다는 아파트 경비원 조모 씨는 "119 차가 여러 대 들어와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보게 됐다. 그날 아침 9시쯤 경찰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라. 나중에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군지 얼굴은 알겠더라. 굉장히 조용한 사람들이었는데 놀랐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상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대표는 "인터넷을 보고 우리 아파트에서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할아버지는 몇 번 마주친 얼굴이었다.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 너무 안됐다"고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요양원 가기 전날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니, 아들의 심정이 헤아려져서 더 안타깝다고. 이외에도 대화를 나눈 이웃들은 고인들이 조용하게 지내는 편이었다는 사실과 효자 아들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겠냐는 동정론이 많았다.
아파트 안에는 노인정이 있었다. 할머니들만 드나든다는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족의 방문 흔적은 없었다. "이곳은 할아버지들은 안 온다. 할머니는 얼굴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치매를 장기간 앓고 있었던 할머니는 바깥 활동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특의 가족은 거의 집 안에서만 조용히 보낸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이특법 나오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치매 문제
치매는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지 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다양한 뇌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홀로 치매에 걸린 조부모를 모시다 안타까운 선택을 한 이특의 사건을 계기로 치매 문제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치매노인법 개정안에 대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치매는 개인 차원이 아닌 국가의 문제"라면서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복지의 기본이다. 당 정책위원회의에서 적극 임해달라"면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법안으로 '치매 판정 기준 완화를 통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자 확대, 치매 전문병원 확충' 등의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