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최근 온라인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은 개리의 '조금 이따 샤워해'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너무나 예쁘게 생긴 서양 여성이 다리를 내밀어 유혹하듯 개리의 차를 세운다. 그리고 가슴, 다리, 엉덩이 라인 등을 과시하며 화면을 압도한다. 이 여성은 난데 없이 운전석에 앉은 개리 위에 포개 앉는데, 이때 개리의 표정이 압권이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을 강타했던 트러블메이커의 '내일은 없어' 뮤직비디오에도 서양 여성들이 나왔다. 뮤직비디오 도입부. 숙취에 시달리는 듯한 장현승이 아침에 눈을 뜨면, 옆에 서양 여성 두명이 누워있다. 이들의 끈적한 분위기는 이 뮤직비디오의 야릇함을 한층 더 달군다.
인형 같은 미모의 서양 여성 모델들이 국내 가수들의 '19금' 프로젝트에 필수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주로 질펀하게 노는 가수들의 부속품 느낌으로 자주 등장한다. 개리의 뮤직비디오에는 자전거 타는 여성 등 한국 모델 2명도 등장하고, 트러블메이커의 뮤직비디오에는 현아에게 작업을 거는 흑인 남성도 출연하지만, 역시 영상을 장악하는 건 '쭉 뻗은' 서양 여성들의 몸이다.
몸이 확실히 다르긴 하다. 분위기도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서양 여성들의 한국 뮤비 나들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서양 여성들의 가장 큰 역할은 어쩌면 '수위 낮추기'일지도 모른다. 현실 개입의 여지를 떨어뜨리면서, '남의 이야기'로 거리두기를 하게 하는 것이다. 장현승 옆에서 몽롱하게 눈을 뜨는 여자들이 만약 한국 여대생들이었다면, 현아가 비틀거리는 클럽이 외국 어딘가가 아닌 홍대 앞 클럽 같았다면, 이들의 애정행각은 훨씬 더 자극적이고 유해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트러블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어느 나라인지 모르게, 무국적의 느낌을 주기 위해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을 등장시켰다"면서 "당초 모티브가 해외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이기도 했고, 정서상 너무 이입되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이국적인 느낌이 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개리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스크림을 야릇하게 빨아먹는 서양 모델의 모습은, 지난해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가인의 오뎅씬 보다 오히려 덜 '나빠' 보인다. 우리의 이웃, 한국 여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때문일까. '쟤들은 원래 개방적이야' 하는 편견 때문일까.
앞으로 이같은 서양 모델의 등장은 더 자주 일어날 전망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주로 모델 에이전시를 통해 모델 섭외가 이뤄지는데, 최근에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서양 모델들이 급증하고 있어 공급이 꽤 많아졌다"고 말했다. 트러블메이커, 개리 모두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기 때문에, 이후 후속작들은 원활히 만들어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도 없지 않다. 한국 여자가 해서 이상한 행동은 서양 여자가 해도 이상한 행동일텐데. 반대로 서양 여자가 해도 멋있는 19금 포즈는 한국 여자가 해도 멋있어야 할텐데. 야한 안무와 분위기로 걸그룹들이 뭇매를 맞고 있는 요즘, 쫀쫀한 잣대에서 비켜나있는 듯한 서양 모델들의 활약은 꽤나 인상적이다.
rinny@osen.co.kr
'조금 이따 샤워해'(위), '내일은 없어'(아래)의 뮤직비디오. '조금 이따 샤워해'의 한 장면과 '젠틀맨'의 한장면(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