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현금 2987조원을 깔고 앉아서 뭘 하고 있는 건가.
미국의 대형 비금융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에는 나서지 않아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 편중 규모는 금융 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1200 인덱스에 등록된 비금융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2조8000억달러(약 2987조원) 가운데 82%를 대기업 32%가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자금 편중 규모가 2000년 이후 최대치였다. 이 중 애플이 전체의 5%에 달하는 1500억달러(약 160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자금 편중 현상은 2007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해 금융 위기 이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비금융기업의 32%가 보유한 현금자산은 전체의 72%를 차지했다고 딜로이트는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현금을 손에 쥐고도 투자에 나서지 않아 경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업들이 운영 비용을 낮게 유지하고 장비 투자를 늦추는 바람에 그만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탠다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케이스 스케오 펀드매니저는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얼만큼의 현금을 투자할 준비가 되었느냐가 경제 회복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FT는 전했다.
투자자들도 현금을 쌓아두고 쓰지 않는 기업들에 불만을 표했다. 메릴린치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기업들이 과소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문에 참여한 자산 관리사의 3분의 1은 기업이 주주 환원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최근 S&P의 연구에서 2012~2013년 경제 회복 속도에 맞춰 기업들이 현금을 투자했더라면, 비금융기업들의 총현금 보유량이 지금보다 9000억달러(약 960조원) 더 적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현금 투자를 늘리면 매출이 증가하고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안 맥밀란 딜로이트 인수합병(M&A) 사업부 대표는 "현금 보유량이 적은 기업일수록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한다"며 "통계를 보더라도 현금 보유량이 적은 기업의 매출과 주가가 현금 보유량이 많은 기업을 웃돈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존 빌튼 연구원도 "경제 회복을 위해 기업들은 반드시 현금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입력 2014.01.22. 16:22업데이트 2014.01.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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