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의 여성 고용률(2011년 65.8%)은 모든 연령대에서 우리나라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그런데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30대 초반에 여성 고용률이 뚝 떨어지는 'M 커브(M-curve)' 현상이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들이 결혼하고 출산하는 30대 초반에 일을 많이 그만두고, 아이들이 자란 후 40대 초·중반에 다시 취업에 나서는 구조다. 이런 'M 커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유독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본의 여성 고용률은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39명(2011년)으로 우리나라(2012년 1.30명)와 비슷하게 아주 낮다.

대다수 출산율이 높은 OECD 국가에서는 여성 고용률도 높게 나타나는데 일본은 이 공식이 안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일본은 1987년 '1.57쇼크'(합계출산율 1.57명) 이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지 25년이 흘렀다. 그 일환으로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을 돕는 여러 정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출산율은 회복 기미가 안 보이고, 'M 커브' 현상도 그대로다.

그 이유는 일본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국민의 인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1950년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남자는 일, 여성은 파트타임 일과 가사·육아'라는 '성(性) 분업'이 고착돼 왔다. 갈수록 일하는 여성이 늘어났는데도 '가사와 육아는 여성 책임'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여성 저취업률과 저출산율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 일하는 여성 10명 중 3명(34.8%)꼴로 파트타임으로 일할 정도로, 파트타임 비중이 높다(우리나라는 18.5%). 우리나라도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처럼 파트타임 여성 근로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양질 일자리가 아니라면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에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여성 저고용률과 저출산율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사회 전반적 의식 변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공동 기획: 여성가족부, BAIN &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