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임영진 기자] 자식들의 난리통에 부모들은 뒤에 서서 앞섶을 적신다.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불륜으로 뒤죽박죽이 된 두 부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륜 이해관계자들의 버팀목이 돼 주고 있는 부모라는 존재 역시 스토리 전면에 나서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화내고, 울고, 소리를 지르는 자식들의 모습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 힘든 상황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는 이혼을 결심한 나은진(한혜진 분), 김성수(이상우 분)의 모습이 담겼다. 과거 한 번 외도를 했던 성수는 수 년이 흘러 은진이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다. 성수는 "나는 과거지만 너는 현재"라며 은진을 몰아세웠고, 방황 끝에 이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은진은 성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아직 성수가 줬던 상처를 잊지 못했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성수가 완벽하게 잊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캠퍼스 커플로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은진의 부모 나대호(윤주상 분), 김나라(고두심 분)가 갖는 감정은 남달랐다. 성수를 아들처럼 대했다. 그래서 성수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안 후 누구보다 크게 화를 냈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은진이 외도를 했다. 두 사람은 힘들게 한 고비를 넘자 또다시 고비를 만난 셈이 됐다. 은진의 잘못이 너무 원통하고 분하지만, 동시에 성수에 대한 미안함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들은 제뜻대로 할 수 없는 다큰 자식들의 갈등에 속앓이만 했다.
이날 대호, 나라의 마음 고생은 극에 달했다. 세를 놨던 문방구에 물이 새면서 1억 5천만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대호, 나라에게 그런 큰 돈이 있을리 만무했다. 자식에게 손을 내밀어야 했지만, 정작 큰 딸 은진네 집에서는 이혼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로서 면목 없지만 대호는 성수를 만났다. 그리고 나라 앞에서 목을 놓아 울었다. "불행은 한 번에 찾아 온다"며 어린아이처럼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대호, 나라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유재학(지진희 분)의 어머니 추 여사(박정수 분)도 나름대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 여사는 나라와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졌다. 며느리 송미경(김지수 분)을 누르기 위해 못된 말만 골라하는 시어머니다.
추 여사는 아들 재학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뜨끔했다. 늘 미경의 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 그는 아들이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까지 유지해 온 생활 패턴을 지키기 위해, 더 표독스럽고 악랄하게 미경을 대했다. 그러면서도 미경의 눈치를 봤다. 그는 미경이 있는 곳을 졸졸 따라다니며 그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려고 애썼다.
불륜을 저지른 건 은진, 재학이고, 불륜으로 피해를 입은 건 미경, 성수다. 성수는 과거 다른 여자를 만났던 전력이 있고, 미경은 아직 성수를 사랑한다. 이렇듯 네 사람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최선의 방법을 찾고 싶지만, 인간이기에 이성보다는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잘 정리될 것 같은 마음도 어느 순간 뒤집어져 원점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 갈등에는 답이 없다. 누구의 마음이 먼저 가라앉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런 지루한 싸움에 부모는 끼어들 틈이 없다. 내 마음대로 앉아라, 일어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들 시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내 자식의 행복이다. 이들은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남몰래 아파하고, 남몰래 화를 낸다. 이 끝이 안 보이는 분노가 안타까운 이유는 마침표를 찍을 자격이 이들에게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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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