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24)씨는 숙박비를 전혀 들이지 않고 지난해 6월 유럽 6개국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이용해 현지인 집에 묵었기 때문이다. 카우치서핑은 집주인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난 서퍼(여행객)에게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여행비를 줄이고 여행지 문화를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배낭여행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10만여개 도시에 퍼져 있는 카우치서핑 사이트 회원은 700여만명에 이른다.

여행자들이 누릴 수 있는 이런 이점 뒤에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카우치서핑을 이용한 일부 여성 여행객은 "집주인(호스트) 남성이 하는 말이 성희롱인지, 문화적 차이인지 헷갈렸다"고 털어놓았다. 2012년 카우치서핑으로 영국을 여행한 유모(21)씨는 "호스트가 샤워한 후 제 앞에서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옆에서 자겠다고 고집했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왜 속 좁게 구느냐'며 되레 화를 냈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담도 인터넷 여행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왔다. 한 회원은 "자고 있는데 호스트가 알몸으로 다가와 몸을 만졌다"고 후기를 남겼다. "갑자기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몸을 더듬었다"는 피해담도 올라왔다. 실제 2009년 3월 영국 리즈시(市)에서는 30대 남성이 카우치서핑을 하기 위해 집에 찾아온 홍콩 여행객을 흉기로 위협해 수차례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카우치서핑 사이트는 호스트에 대한 평가를 남기는 '레퍼런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트에 익명으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자가 실제로 호스트 집에서 묵었는지, 심지어 실존 인물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주소와 연락처를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에게 미리 알려야 성범죄·납치 등 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우치서핑(couchsurfing)

‘소파(couch)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surf)’는 뜻으로, 인터넷 중개 사이트를 통해 만난 집주인(호스트)이 여행객(서퍼)에게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하는 일종의 자원봉사다. 2004년 미국인 여행객이 아이슬란드 여행을 떠나기 전 현지 대학생 1500명에게 ‘집에서 재워줄 수 있느냐’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