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기자] ‘웃프다’(웃기고 슬프다)라는 신조어가 이토록 적절하게 적용되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극본 서숙향 연출 권석장)가 날이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내용과 공감 가는 대사들로 시청자들에게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미스코리아’는 1997년을 배경으로 위기에 처한 화장품 회사원들이 자신의 고교 시절 전교생의 퀸카였던 그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다. 주인공 오지영(이연희 분)과 김형준(이선균 분)은 서로의 첫사랑이었고 각자를 향해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관계. 그러나 이들의 앞에는 너무나 큰 벽이 있다. 바로 현실이라는 벽.
날마다 상사로부터 성추행 수준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가 불투명한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은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의 살 길을 찾아가야 한다. 선·후배, 동기와 부도위기의 작은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형준은 사채업자들에게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목숨의 위협까지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 살 길은 오직 오지영이 미스코리아에 당선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1997년도 청춘들이 처한 현실을 그려내 당시를 살았던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뿐 아니라 2014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사실 90년대 말 IMF 위기 때의 현실과 오늘날, 2014년의 현실은 '여전히 살기가 어렵다', '팍팍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거리로 내몰렸던 많은 실업자들이 현재는 취업을 하지 못하는 '잉여' 청년실업자들로 바뀌었고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은 십수년 째 되풀이되고 있으며 먹고 살기에도 벅찬 인생살이에 대한 한탄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 때문에 하늘을 향해 때로는 욕을, 때로는 잘봐달라고 뽀뽀를 하며 애교를 부리고 미스코리아 대회를 마치 취업과 동일시하는 오지영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만 하다. 뿐만 아니라 매일 빚독촉에 시달리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 오지영에 대한 순정을 버리지 못하는 김형준, 자신의 목숨도 위협 당하면서 가망이 없어보이는 일에 매달리는 청춘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건달 정선생(이성민 분), 미스코리아가 아닌 자신이 만든 제품만으로 회사를 살려보겠다며 고군분투하는 고화정(송선미 분)의 모습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미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애잔한 감동을 준다.
비관적인 현실을 그리면서도 '미스코리아'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자판기 커피를 사먹을 돈이 없어 미스코리아 후보인 오지영에게 동전을 양보하고 "물이나 마시자"며 웃는 김홍삼(오정세 분)-김강우(최재우 분)의 모습, 비법을 몰라 마원장(이미숙 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웃거리는 비비화장품 3인방의 모습은 절망적인 상황이 분명한데도 유머를 잃지 않아 웃음을 준다.
이처럼 공감이 가득한 '미스코리아'는 사실 내용에 대한 호평에 비해 시청률의 상승폭이 그다지 높지 않다. 경쟁작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가 너무 거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기일전한 배우들의 연기와 공감가는 이야기들은 날이 갈수록 시청자들을 끌어 당기는 모양새다. '웃픈' 로맨스 코미디 '미스코리아'가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MBC '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