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안방극장까지 술 냄새가 전달될 것 같은 잔뜩 망가진 외모에서 거친 ‘상남자’의 향기가 느껴진다면 믿을까. 배우 이성민이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밑바닥까지 추락했지만, 따뜻한 인간미는 있는 삼류 건달을 연기하며 여성 시청자들을 또 한번 설레게 만들고 있다. 남자의 매력을 느끼는데 외모 못지않게 분위기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이성민이 보여주고 있다.

이성민은 현재 ‘미스코리아’에서 부도 직전의 화장품 회사 사장 김형준(이선균 분)으로부터 돈을 받아내야 자신의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건달 정선생 역을 맡았다. 정선생은 새까만 후배 건달 밑에서 온갖 멸시와 폭행을 당하면서도 형준에게 도가 넘어선 협박을 하지 못하는 정이 많은 사람. 못 배우고 사람들에게 겁박이나 하는 건달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맞아 죽을지언정 지킬 것은 지키는 상남자 중에 상남자다.

때문에 형준을 곤란하게 하고 매회 험한 말을 내뱉어도 어쩐지 정감이 가는 인물인 것. 욕만 안 했을 뿐이지 험악한 얼굴과 막무가내 막말을 하고도 착한 심성이 묻어나는 정선생은 이성민의 작은 표정 변화도 세밀하게 표현하는 명불허전 연기력 덕에 ‘미스코리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직설적인 대사와 대비되는 속마음은 얼굴의 미세한 떨림, 흔들리는 눈빛으로 표현되며 이성민의 행동 하나하나를 집중하게 만든다.

지난 2일 방송된 6회는 정선생이 자신을 경멸하는 고화정에게 어느새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날 고화정은 자신이 만든 화장품의 성능을 살피기 위해 직접 화장을 하고 회사에 나타났다. 평소 진한 화장을 하지 않았던 연구원 고화정의 변화를 가장 먼저 살펴본 사람은 동료도 아닌 만날 티격태격하던 정선생이었다. 정선생은 고화정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또한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목걸이를 반 강제적으로 팔았던 고화정의 허전한 목에서 시선이 머물렀다.

처음으로 고화정을 이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선생의 흔들리는 눈빛은 그 어떤 달콤한 대사보다도 설렘이 묻어났다. 비록 고화정은 전과 5범인 정선생을 ‘5범 씨’라고 부르며 가슴 아픈 상처를 남기며 로맨스의 흐름은 이어가지 못했지만 정선생의 슬픔 가득한 눈빛은 흐느끼며 우는 장면보다도 애잔했다. 정선생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상 달콤하거나 닭살스러운 행동을 할 리는 만무하지만, 이성민이라는 좋은 배우는 작은 미소와 섬세한 눈빛 연기로도 로맨스를 형성하고 있다.

건달이라는 캐릭터에 맞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촌스러운 의상, 깔끔하지 않은 수염은 자칫 배우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 하지만 연극, 브라운관, 스크린을 활발히 오가며 기가 막힌 연기력을 보여준 이성민은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도 그 어떤 로맨스 드라마보다 멋있게 표현하고 있다. 덕분에 남자 주인공 이선균과 함께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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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