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국이 요동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도 가시지 않고 있다. 터키 주식시장의 대표 주가지수는 급락했고 리라화 가치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터키 증시에서 보르사이스탄불100 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21% 하락했다. 올 한 해 하락률은 32%에 달한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90개국 주가지수 중 최악의 기록이다.
리라화 가치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달 미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는 지난 27일까지 6.3% 하락했다. 지난 27일에는 달러당 리라화 환율이 장중 2.1766리라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 30일에는 현지시각 오전 8시 52분 기준으로 리라화 환율이 2.1511리라로 약간 내려갔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도 속출하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의 터키 국채 보유액은 540억달러를 기록했다.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0일까지 2주간 터키 국채를 19억달러어치 순매도(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많은 것)했다. 외국인의 국채 매도로 터키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7일 23개월 만의 최고치인 10.17%까지 치솟았다(국채 가격 하락). 터키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그만큼 비싸진 것이다.
터키 정국은 여전히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59) 터키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의 측근 인사들이 대규모 부패에 연루돼 옷을 벗었지만, 악화된 여론은 총리 사퇴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25일 장관급 10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지만, 국민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말인 지난 28일에도 수도 앙카라에서는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반(反)정부 시위를 벌였다.
블룸버그는 "정정 불안이 이어지면서 에르도안 총리가 10여년간 이룩한 경제 성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2003년 취임한 이후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은 3000억달러에서 지난해 7900억달러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고속 경제 성장에 힘입어 3선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