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작년 9월 영입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토머스 사전트 교수가 임용 예정 기간 2년을 채우지 않고 1년 만인 지난 8월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의 '노벨상 수상자급 석학 유치사업'에 따라 급여와 연구비를 합쳐 한 해 15억원까지 받기로 하고 부임했다. 그는 1년 더 근무하면 또 한 번 파격적 보수를 받을 수 있는데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떠났다.

국내 4년제 대학의 외국인 교수 비율은 2000년 전체 교수 가운데 2.4%, 1021명이던 것이 올해 7.7%, 5358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어렵게 모셔온 외국인 교수 중에 1년도 못 채우고 떠나는 경우가 숱하다. 몇 년 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임용된 미국 여교수가 학기 중 학교에 알리지도 않고 떠난 일도 있었다.

외국인 교수들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동반 가족까지 챙겨줄 수 있는 대학은 많지 않다. 자녀를 교육시킬 국제학교가 인구 700만명의 홍콩에 70개나 있는 데 비해 우리는 50개도 채 안 된다. 교수 자신도 한글로만 된 행정 공문, 한국어로만 진행하는 교수 회의에 섞이지 못하고 겉돌기 일쑤다. 무엇보다 큰 장애물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대학 캠퍼스 환경이다. 석박사과정 학생까지도 외국인 교수의 강의를 꺼리는 바람에 연구실조차 꾸리지 못하는 외국인 교수가 허다하다. 사전트 교수가 맡은 거시경제학 특강도 수강 학생이 정원 250명의 8.4%, 21명에 그쳤다.

설립한 지 20년밖에 안 된 홍콩과기대가 아시아 1위에 오른 비결은 교수 80%를 30개국 석학들로 채우는 과감한 국제화에 있다. 오스트리아 명문 국립 빈대학은 법으로 교수 3분의 2를 외국인으로 뽑게 돼 있다. 우리 대학들도 세계 경쟁에 뛰어들려면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들이 어렵게 모셔온 외국인 교수들이 왜 쉽게 한국을 떠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고 정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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