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고려대를 시작으로 대학가에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시발점이 된 고려대에 ‘안녕들 하십니까’ 첫 반박 대자보가 등장해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을 고려대 13학번 이모씨라고 밝힌 한 학생은 최근 고려대 정경관 옆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작성해 붙였다. 이는 17일 한 페이스북에 공개돼 보수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게시물에서 이씨는 “얼마전 한 용감한 고려대학교 선배님께서 정경대학 후문에 ‘안녕들하십니까’란 대자보를 붙였다”며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수천명이 직위해제되고 불법 대선개입,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하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이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사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저는 이 점에 대해 여쭙고 싶다. 처음 대자보를 쓴 건 그저 개인적인 생각에서였다고 했었다. 하지만 서울역 광장에는 이미 민주노총과 철도노조, 그리고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시민단체들이 시위를 하러 와 있었다. 이 대자보는 하루만에 기성 정치단체의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현직 국회의원의 내란음모,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논란, 북한은 하루가 멀다하고 대한민국 정부와 군 당국에 비난과 폭언을 일삼고 있는데 어찌 모두들 안녕들하신가”라며 “이런 것들 또한 우리의 사회적 문제인데, 전자(철도민영화·불법대선개입 등)에 대한 학우분들의 목소리는 크고 높은데 후자에 대해서는 외면, 무관심, 침묵하는 분위기이다. 이것이 진정한 정의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진정 깨어있는 시민’이란 정치이념에 상관없이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일을 비판적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수 있는 사람”이라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현 정권과 여당을 비난하고 야당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만이 ‘깨어있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이명박근혜’는 그야말로 악의 축”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정부와 대통령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 ‘너 일베충(보수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이니?’라는 질문이 메아리처럼 뒤따라온다. 야당이나 진보세력의 주장에 비판이나 의문을 제기하면 국정원, 새누리당 알바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이는 정치세력이나 정부기관과 아무 관계도 없는 평범한 학생을 슬프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진정한 진보는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다만 묻고 싶다. 별 탈 없이 잘 지내느냐고. 남의 의견을 묵살한 적은 없는지,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를 꼴통이라고 뒤에서 욕한 적은 없는지, 혹은 내가 바로 그렇게 무시당하고 할 말 제대로 못하며 살아온 젊은 보수였는지.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 10일 고려대 게시판에는 직위해제된 철도 노동자, 쌍용차 해고 노동자, 비정규직 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가 올라온 뒤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노동당 당원인 주현우(27·고려대 경영학과)씨가 작성한 이 글은 강원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전북대 등 전국 대학 곳곳에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가 붙는 등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