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복구한 숭례문의 소나무 기둥 한 곳에 폭 1.6㎝의 갈라짐 현상이 나타나면서 '총체적 부실 공사' 논란이 일었다. 목조 건축물은 다 갈라지지만, 1년 내 균열은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숭례문 기둥은 왜 몇 달 만에 갈라졌을까.
①함수율, 표면만 체크했다
현재 문화재청의 문화재 수리 표준 시방서는 '함수율(나무 내 수분 비율)은 24% 이하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갈라진 숭례문 기둥은 이 기준을 통과했다. 그러나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목재 조직)는 "나무 표면만 함수율을 체크해서 그렇다. 표면 함수율이 20%라도 안쪽이 40~50%라면 내부 수분이 바깥으로 나오며 갈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숭례문에는 1~2년 건조된 나무를 썼는데, 5~10년간 그늘에 말려 썼더라면 갈라짐이 덜했을 것이란 진단이다.
②균열은 5년 안에 일어난다
"수백년 전 지은 건축물 균열과 최근 지은 숭례문의 균열을 같은 수준에서 볼 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전제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목구조학)는 "통나무를 말리면 함수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갈라져 빠르면 1년 내, 늦어도 4~5년 내 대부분 균열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호양 충남대 환경소재공학과 교수(목재 건조)는 "한국에선 유독 통나무 그대로 건축에 자주 사용해 왔다"며 "이 방식으로는 초기 균열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③나무 자체의 질(質)은 의문
숭례문에 쓰인 나무는 '크기'와 상태만 육안으로 감별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벌채한 이 나무는 1년에 나이테 지름 1㎝씩 자란 100년생 안팎. 일본의 경우 이세(伊勢) 신궁을 새로 짓기 위한 편백나무 비축림에선 1년에 2㎜씩 촘촘히 자란 나무를 300년에 걸쳐 육성한다.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조림학)는 "빨리 자란 나무는 무르기 마련"이라며 "숭례문 목재를 고를 때 굵기와 길이의 외형적 기준만 있었지 치밀도를 가늠할 과학적 기준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④21세기에 14세기 방식으로
이전제 교수는 "'전통 원칙' 때문에 옛날 방식만 고집했다"며 "온도와 습도를 맞춰 인공적으로 건조했으면 덜 갈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 건조는 ▲고온 건조실에서 더운 바람으로 말리는 열기건조 ▲진공 상태에서 열을 가하는 진공건조 ▲고주파열을 이용하는 전기건조법 등이 있다. 그러나 강호양 교수는 "얇은 판재나 작은 부재는 가능하지만, 기둥이나 보 같은 큰 나무를 넣을 수 있는 기계는 우리나라에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목재 전문가는 "균열이 그렇게 문제이고, 문화재 복원에 힘을 싣는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기계부터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⑤목조 문화재에 전문가 참여 없다
강호양 교수는 "석재나 철재와 달리 목재는 항상 변하거나 손상될 위험이 있는데, 문화재청에선 장인과 고건축 전문가로만 자문회의를 구성한다. 목재 선별 과정부터 목재 전문가를 포함했어야 한다"고 했다.
⑥건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기둥의 균열은 건축물 붕괴로 이어지는 것일까? 이전제 교수는 "소나무가 1~2㎝ 갈라져도 갈라진 그 틈이 나이테의 중심부인 수(髓·pith)를 통과하기 어렵다"며 "밖에선 안쪽 깊이 갈라진 것처럼 보여도, 안쪽으로 더 이상 균열이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고건축)는 "기둥 균열은 미관상의 문제이며, 숭례문 기둥은 적절한 때에 틈을 메우는 보수공사를 하면 된다. 이전 건축물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숭례문 종합점검단은 "균열이 구조적 결함과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연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