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안경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이른바 '안경캠'을 쓰고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선모(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던 선씨는 2012년 6월부터 올 11월까지 인터넷에서 구입한 '안경캠'을 쓰고 수도권 일대 모텔에서 '조건 만남'으로 만난 여성 14명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 절도 등 전과 4범인 선씨는 20만원을 주고 산 '안경캠'이 화질이 떨어져 어두운 모텔에서 성관계하는 장면을 잘 담아내지 못하자 지난 8월에는 38만원짜리 최신 안경캠을 샀다. 안경을 쓰고 성관계를 갖는 탓에 화면이 흔들려 만족스러운 영상을 얻을 수 없자 9월에는 자동차 리모컨 열쇠를 닮은 '차키캠'을 구입해 모텔 탁자 위에 올려놓고 몰래 촬영하는 수법으로 바꿨다. 경찰은 "성관계 도중 어색한 자세로 뒤쪽 탁자를 자꾸 바라보는 선씨를 의심한 여성에게 차키캠을 들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성들과의 성관계 ‘몰래 촬영’에 이용된 ‘안경캠’과 ‘차키캠’. 안경이나 차 열쇠와 모양이 같지만 초소형 카메라가 내장돼 있다.

미혼인 선씨의 컴퓨터에서는 음란 동영상 수십 편이 발견됐다. 선씨는 또 자기 얼굴만 가리고 상대 여성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상을 16편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고작 4000원으로 조사됐다.

선씨가 사용한 '안경캠' '차키캠' 등 '몰래카메라'는 인터넷에서 20만~30만원에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본지 취재 결과 한 인터넷 판매점에서는 "누가 봐도 자동차 리모컨일 뿐이다. 이제 주변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촬영이 가능하다"며 '몰래 촬영'을 부추겼다. 경찰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지만 판매 행위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위장형 캠코더' 판매·구입을 규제할 수 있는 법령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