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말그대로 숨이 멎는 액션이다. 조각처럼 잘 다듬어진 몸은 멋있다라기 보다는 처절함에 가깝다. 공유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액션 히어로이자 올해 영화계 꽃미남 간첩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북한공작원 지동철로 관객들을 만난다.

여전히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잔상이 남아있지만, 우리는 영화 '도가니'를 통해 그가 좀 더 넓은 생각을 가진 배우라고 느꼈었다. 그런데 '용의자'를 보고 나니 연기자 공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영화는 모두의 타겟이 된 채 자신의 가족을 죽인 자를 쫓는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한국영화에서 시도한 적 없는 스릴 넘치는 카 체이싱 장면, 한강에서 투신하는 장면 등이 화제를 모았지만, 이 영화를 그저 그런 액션 영화와는 차별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장면은 단연 교수대 신이다. 지동철이 교수형을 당할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이를 탈출하는 모습. 이 장면에서 객석은 탄성으로 가득찬다. 그 모습이 눈으로 믿기 힘든 나머지 웃지 못할 'CG설'이 돌았다.

"어깨 뼈가 튀어나온 거만 CG였어요. 동철이라는 인물은 섬세한 근육 하나하나를 통해 연기해야 했죠. 보여주기 위해 만든 몸이 아니에요. 말이 없는 대신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저런 상황이 실제로 가능한가요?) 네 가능해요. 유연성으로 팔을 앞으로 돌릴 수 있는 사람이 있대요. 중국 곡예단에 계시는 분들이나 타고나게 유연한 사람들 경우죠. 하지만 동철에게는 그런  유연성 보다는 최고 극한의 상황에서 고도의 훈련된 몸으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게 맞았죠. 어깨의 탈골을 참아내며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 자기 살, 뼈를 깎는 듯한 그 고통 마저도 이겨내며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다는 동철의 감정과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공유 스스로도 이 교수대 신을 꽤 만족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영화 마케팅에서는 카체이싱이나 한강에서 낙하하는 장면이 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 장면은 진짜 영화를 보는 관객들만이 볼 수 있는 진기한 모습이다.

공유는 영화 속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동철은 슬픔과 분노에 가득 차 있는데, 말로는 그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몸이다. 실제로 "이 일에 관련된 사람들 다 죽일 겁니다"가 동철이 내뱉는 가장 인상깊은 대사다. 그렇기에 그는 표정, 눈빛, 작은 제스처로 온갖 것을 말해야 했다. 자칫 판타지 같은 인물일 수 있는 지동철에 현실 감각을 입혀준 것은 공유가 그간 작품들을 통해 쌓아올린 진정성의 힘이다.

"지동철이 불사조도 아니고 로보트도 아닌데 어떻게 저럴 수가 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극적인 것을 감안하고 봤을 때는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저도 그 부분을 위해 노력했죠. 찍을 때는 오히려 간결하게 지동철화 되는 느낌이었어요. 자연스럽게 계산이나 생각 따위가 안 들어갔죠. 굉장히 동적인 캐릭터라 몸이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도가니' 때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식이었다면, '용의자'는 촬영 시작할 때부터 심적 부담은 없이 자연스럽게 지동철화 됐어요. 그런데 막상 신나게 놀고 나니 '사람들이 (내 감정을, 연기를)못 알아보면 어떡하지? 내가 몸으로 연기하고 있는데 그걸 모르면 어떡하지?'란 걱정이 들더라고요. 테크닉만 보여주고 멋있는 액션만 보여주면 안 되는 거였거든요. 주먹 좀 쓰는데 멋있으라고 한 게 아니니까. 동철의 뜀박질에서는 처절함이나 깊은 고독감의 정서가 느껴져야 했어요. 그런 것에 대한 우려가 처음 이 영화를 거절한 이유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잘 짚어줬고 우려를 잘 알아줘서 할 수 있었습니다."

여심을 흔드는 상반신 탈의 장면은 '서비스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절대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지동철의 절박함이 몸으로 드러나야 했다.

"자랑하려고 만든 몸이 아니에요. 기계적인 몸을 만들어야 했죠. 트레이너 2명이 완성된 몸에 디테일한 부분을 디자인 했어요. '왼쪽에 뭔가 모자르다', '저쪽에 빗살 무늬(근유)가 좀 더 필요하다' 등의 식이었어요. 한 테이크와 다음 테이크 사이사이에도 계속 몸을 만들고 긴장시켰어요. 세팅을 바꿀 때 근육을 자극하고 미친 듯이 펌핑을 했죠. 그렇게 연기를 하고 나면 실신에 가까울 정도로 진이 다 빠져요. 근육 각각 부위들의 미세한 움직임이 다 다르더라고요. 다행히 잘 봐주시는 것 같아서 보람 있습니다. 하하."

이런 몸과 더불어 사람들이 지동철의 액션을 보고 '말도 안돼'라는 말을 '안 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현실성과 감정 연기에 많은 힘을 쏟았다.

"사실 얼굴이 좀 더 피폐해 보이고 싶었어요. 이왕이면 완전히 더 공유처럼 보이지 않고 싶었어요. 눈도 더 쾡하고 얼굴은 더 마르고요. 그런데 광대가 나오고 그러면 과거 몽타주 신에는 더 어울릴 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는 망명 이후의 시점이라 계속해서 너무 피폐한 얼굴이 나오면 안 맞을 거라고, 반대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요." 그의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화제를 돌려, 본래 운동을 좋아한다는 그에게 '액션 영화'가 로망이었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았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기 싫다가 아니라 굳히 어느 시점에서 꼭 해야한다는 필요성을 스스로 갖고 있진 않았어요. 지동철이라는 한 사내에 대해 끌리기는 했지만, 액션 영화라서 좋은 건 아니었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요. 크기는 조연이라 하더라도 상관없고요. 그냥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 하고 싶은 마음이 크죠. (어떤 취향이죠?) 약간 마이너적인 정서와 여성적인 감성이 안에 있어요. 남들이 하지 않은 비유로, 사람들한테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스토리텔링을 들려주는 것을 좋아해요." 배우 미셸 윌리엄스, 라이언 고슬링과 선댄스 풍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다.

그는 청춘스타임과 동시에 소설 '도가니'를 영화화하고 성공시킨 바탕에 있던 인물이다. "나중에 저예산으로라도 글 잘 쓰시는 분과 같이 뭐 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연출보다는 기획이나 제작에 대한 욕심이 있고요. 제가 브래드 피트가 아니니 좀비 영화 같은 것은 못 만들 거고요(하하). 소자본으로 뭔가를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공유에게서 또 어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까란 호기심을 갖게 한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자면, 그가 만족하는 장면과는 별개로 가장 아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장면은 영화 뒤에 있다. 클로즈업 된 눈으로 오만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그를 보면 '아, 공유가 저 장면을 위해 그 고난을 겪고 여기까지 왔구나'란 생각이 절로 든다. 감정 연기에 있어서는 전작 영화 '도가니'의 경험이 많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구타유발자들', '세븐 데이즈'의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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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