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낙성대동의 '쟝블랑제리'에서는 단팥빵만 하루에 2000개씩 팔린다. 빵 애호가들 사이에서 꼭 가봐야 하는 동네 빵집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은 학창 시절 빵집에서 단팥빵과 크림빵, 우유 잔을 앞에 놓고 미팅을 했던 아련한 기억이 있다. 1960년대 분식 장려 정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빵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단팥빵, 크림빵이었다. 어느 동네를 가도 이 둘을 잘 만들어야 '빵 좀 만드는 제과점'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렇다면 단팥빵과 크림빵은 누가 처음 만든 것일까.
단팥빵은 1874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일본 이바라키 현 출신의 기무라 야스헤에라는 사람이 이스트 대신 술 누룩으로 발효한 빵에 단팥소를 넣어 만든 것이 원조다. 일본어로 안판(あんパン)이라고 하는 이 단팥빵은 중국의 찐빵(바오즈·包子)은 좋아하지만, 이스트 냄새를 싫어하는 이들을 위해 발명됐다. 일본의 농업학자 나카오 사스케는 '요리의 기원'이라는 저서에서 "중국의 찐빵이나 러우빙(肉餠·고기소를 넣어 구운 전병)에 넣던 단팥소를 서구식 빵에 넣어 만든 것인데 중국 문화와 서구 문화의 결합물인 단팥빵이 생겨난 곳이 중국도 서양도 아닌 일본이라는 점이 재미있다"고 썼다.
크림빵 역시 원조는 일본이다. 처음 크림빵을 개발한 것은 올해로 창업 112년째인 나카무라야 제과. 단팥빵이 인기를 얻던 당시에 '우유와 버터가 들어간 카스타드 크림이 더 영양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북 군산의 '이성당'을 단팥빵의 원조로 친다. 이성당은 일본인이 1920년대부터 운영하던 '이즈모야'라는 화과점을 광복 직후인 1945년에 한국인이 인수한 국내 최고(最古)의 빵집이다. 크림빵의 경우 1963년 삼립에서 처음 출시한 이후 '국민 빵'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금까지 17억개가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