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 “‘촛불집회’ 참가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가 몇시간 뒤 돌연 삭제돼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오후 2시 30분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에는 ‘13일 금요일 약 광화문 인근 촛불집회 인원수 채우기 알바.당일지급’이란 제목의 채용정보가 올라왔다. 당시 이 채용정보에는 학력과 상관없이 20세에서 39세 사이의 남자 19명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급여는 13일 5시간 근무를 조건으로, 일당 3만원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었다.
게시자는 이 글에서 “13일 광화문 인근에서 국정원 부정선거 규탄 촛불집회에 인원만 채워주시면 되는 일”이라면서 “절대 불법적인 집회가 아니며, 경찰이나 정부 쪽에 이미 집회신고가 돼있는 평화적인 촛불집회”라고 설명했다.
이 게시자는 “저희가 할 일은 그저 인원수만 더 많아 보이게 자리만 채워주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처음에 집회 시작할 때 인원수가 많아 보이도록 자리해 주시고 어느 정도 있다가 빠지신 다음에 각자 개인 자유시간을 보내시면 된다”면서 “개인시간에 PC방을 가시든, 당구장을 가시든 상관하지 않는다. 처음 집회 시작할 때 한 번, 중간에 한 번, 마지막 끝날 때 한 번 자리 채워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시자는 ‘5시간 풀 근무’, 즉 집회에 5시간 내내 참가하게 될 경우에는 페이(Pay·일당) 조정을 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채용정보는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진행중인 채용정보’에서 ‘마감된 채용정보’로 바뀌었다.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마감된 채용정보’에서도 그 기록이 삭제됐다.
이 소식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까지의 촛불집회 인원 상당수도 이렇게 알음알음 동원된 것 아냐?”, “이런 촛불집회 알바 글이 발견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알바글은 오히려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의도적으로 조작된 글이 아니냐는 신중론을 펼쳤다. 이들은 광화문 정기 촛불집회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에 있음을 강조하며 “이날 집회 없잖아? 고도의 안티짓 아닐까?”, “지능적으로 촛불집회를 비판하려는 사람들의 짓 같다”, “정말 알바를 모집하려 했다면 이렇게 대놓고 남겼겠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게시물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광화문 인근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종로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에 문의한 결과 이날까지 오는 13일 날짜에 신고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닷컴 취재 결과, 이 글을 올린 게시자는 A업체에 근무하는 신모씨였다.
신씨는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아는 사람의 부탁을 받고 별 생각없이 ‘촛불집회 알바’ 채용정보를 올렸다가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삭제했다”고 밝혔다. 누가 부탁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첫번째 전화 이후, 다시 전화를 걸자 “지금 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채용정보를 올린 A업체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마케팅, 제작물대행업체로 소개돼 있다.
알바몬에서는 이 업체가 지난 9월부터 건강검진 보조 스태프, TV 예능프로그램 무대설치 보조, 기업 행사 진행 요원 등을 모집한 기록 12건이 확인된다.
A업체 대표 조모씨는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해당 날짜에는 식품 기업 관련 홍보 아르바이트 모집이 계획돼 있었다”며 “신씨가 실수로 다른 내용을 올렸다고만 보고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촛불 알바’ 글을 올렸다”는 신씨의 해명과는 달라 의문이 일고 있다.
신씨의 전화가 불통(不通)이 된 까닭에 대해서는 “글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와 번호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또 다른 알바 구인구직 포털인 ‘알바천국’에도 ‘단 하루 집회 참석’이란 제목의 채용정보가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 채용정보에는 학력과 상관없이 20세에서 60세 사이의 인원 0명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게시자는 이 글에 “12월 13일 단 하루 오후 4시~9시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에 참석 전화주세요”라고 적었다. 급여는 일당 4만원을 제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올라온 지 얼마되지 않아 삭제됐다.
조선닷컴 취재 결과, 이 게시물을 올린 이는 한 보육단체 회원인 B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오랫동안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 보육인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데 개인적 사정으로 여러 번 불참하게 돼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나 대신 갈 사람을 찾고자 해당 채용정보를 올리게 됐다”면서 “그러나 동료들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해 곧바로 삭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