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곡예 패러글라이딩'의 개척자이자 1인자인 함영민씨(43·제주시 조천읍)가 네팔에서 훈련 도중 사고를 당해 숨졌다.

8일 네팔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함씨는 전날 오후 3시30분쯤(현지시각) 히말라야산맥 자락의 휴양도시 포카라에서 홀로 곡예 패러글라이딩 훈련을 하던 중 비상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추락하면서 운명을 달리했다.

함씨는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는 곡예비행인 '에어로바틱(Aerobatic)'의 국내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아직도 생소한 에어로바틱은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낙하하면서 공중에서 고난도의 묘기를 부리는 곡예비행을 말한다. 지상 공중제비를 일컫는 아크로바틱(Acrobatic)에 '공중'을 뜻하는 접두어 'Aero-'를 붙여 탄생한 용어다.

함씨는 내년 초 열릴 예정인 ‘패러글라이딩 올림픽’ 브라질 슈퍼 파이널대회에서 선보일 곡예비행을 연마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터키로 갔었으나 현지 날씨가 좋지 않아 네팔의 포카라로 이동해 훈련 중이었다.

택견 합기도 검술 등을 연마했던 함씨는 패러글라이딩에 반해 진로를 바꿨고, 저변이 넓지 않은 국내 패러글라이딩계에서 독학으로 곡예 패러글라이딩 분야를 개척해 이 분야 국내 1인자로 꼽혀 왔다. 국내 최초로 헬기나 열기구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점프를 하기도 했다.

함씨는 이번 훈련기간 중 브라질 슈퍼 파이널대회에서 선보일 고난도 기술을 완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제주도연합회는 "사고가 있기 며칠 전 함씨로부터 네팔에서 '인피니티 텀블링' 기술을 완성했다고 기뻐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인피니티 텀블링은 곡예비행의 하나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수직으로 공중회전하는 기술이다. 패러글라이딩의 강호 유럽을 제외하고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이 기술을 선보이는 선수는 드물다.

CBS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도 출연한 바 있는 함씨는 2012년 1월 산악인 박정헌, 패러글라이더 홍필표 씨와 함께 세계 최초로 2400km의 히말라야 산맥을 동서로 총 2400km 횡단 비행하기도 했다.

그는 패러글라이딩학교를 직접 운영하면서 동호인들에게 패러글라이딩 기술을 전파했고 항공 촬영을 하거나 영화 스턴트맨으로 일하기도 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이지만, 패러글라이딩을 가르치다 인생의 반려자로 맞은 제주 출신 여성과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해왔다. 슬하에 딸 1명이 있다.

함 씨의 유해는 네팔 현지에서 화장된 뒤 국내로 옮겨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