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드라마 로 이름을 알린 뒤 ‘헤븐’으로 가요계에 데뷔, ‘보여줄게, ‘유 앤 아이’ 등으로 사랑받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가수로 등극한 에일리가 ‘누드 사진 유출 파문’에 휩쌓였다. 사건 전말을 취재했다.

에일리 누드 사진 유포 사건의 전말

지난 11월 10일, 미국의 한류 사이트 ‘올케이팝’을 통해 가수 에일리의 누드 사진이 담긴 기사가 보도됐다. 이 매체는 ‘에일리일지도 모르는 여성의 누드 사진이 유출됐다’며 ‘에일리인지 아닌지는 여러분이 직접 판단하라’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관련 사진들을 게재했다. 올케이팝은 누드 사진 속 여성의 특정 부위는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얼굴은 원본 그대로 올려 논란과 함께 보도 행태에 질타를 샀다. 기사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보도됐고, 이날 국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단연 에일리였다.

이튿날, 에일리 소속사 YMC엔터테인먼트(이하 YMC)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을 통해 유출된 사진은 에일리가 데뷔 전 미국 유명 속옷 모델 캐스팅 제의를 받고 카메라 테스트용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밝혔다. “개인 신상 정보가 보호된다는 전제로 촬영했지만, 이후 제의를 한 곳과 연락이 두절돼 경찰에 신고했다”라며 “에일리 외에도 여러 여대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 신고 후 걱정과 불안감에 빠져 있던 에일리는 현재 올케이팝에 재직 중인 전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상의를 했으며, 상의 도중 사진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는 전 남자친구의 설득으로 그에게 촬영 사진을 보내주게 됐다”고  전했다. 유포자에 대해서는 “개인신상보호법에 따라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드 사진 보도 이후, 올케이팝은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운영자 J 씨는 본인 계정의 트위터를 통해 ‘좋든 나쁘든 보도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올케이팝 직원 M 씨는 “사진은 이미 성인 사이트를 통해 유포된 것이다. 우리는 그 내용을 게재했을 뿐이다. 그건 우리의 기사와 상관없이 그전부터 유포되고 있었다”라며 기사 게재에 문제가 없음을 항변했다.

그러나 네티즌의 생각은 달랐다. ‘올케이팝은 너무 많이 갔다. 다시는 팔로우하지 않겠다’, ‘올케이팝이 내세우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사람은 어차피 죽게 되니까 지금 죽여도 상관없다는 논리 아닌가?’, ‘우린 올케이팝이 하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아요. 영원히 에일리를 응원합니다’ 등 에일리를 응원하는 글이 잇따라 달렸다.


기존에 올케이팝을 팔로우하고 있던 스타들은 '언팔로우'하며 등을 돌렸다. 가수 지나, 재범, f(x)의 엠버, 미쓰에이의 민, 슈퍼주니어의 시원 등이 올케이팝을 언팔로우했고, 에일리가 미국 생활 당시 소속돼 있던 기획사 무조엔터테인먼트 식구들은 올케이팝을 강하게 비난했다.
11월 12일 에일리 소속사는 누드 사진의 최초 유포자를 잡기 위해 사건 발생지인 미국에서 변호사를 선임했다. 소속사는 "구체적으로 일이 진척되진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유포자를 색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논란의 한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웠을 에일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강행했다. 11월 초부터 후쿠오카, 삿포로 등을 순회하며 일본 데뷔 싱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던 에일리는 논란에 힘들어하면서도 일본 스케줄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3일 만인 11월 1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선글라스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귀국한 에일리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올케이팝 vs 에일리 소속사 vs 전 남자친구 입장 다 달라

이번 누드 사진 유포를 두고 올케이팝, 에일리 소속사, 전 남자친구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해당 사진을 최초 보도한 올케이팝은 비난이 쏟아지자 11월 12일 모 회사 '6시어리 미디어'를 통해 반박 글을 게재했다. 이들은 "지난 6월 28일에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에일리의 누드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미화 3천5백 달러에 팔겠다고 연락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협상하지 않았고 그 당시 YMC 엔터테인먼트에 누군가가 에일리의 누드 사진을 갖고 있다고 한 사실을 알려줬다"라며 "나중에 그 사람에게 다시 이메일이 왔고, 그 메일에 에일리 누드 사진은 이미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며 주소가 링크되어 있었다"라고 전했다. 정리하면 이들은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에일리 누드 사진 구매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했고 이를 YMC에 알렸으며, 몇 달 뒤 사진 게재 사이트가 링크된 주소를 회사 메일 계정으로 받았고, 그렇게 얻은 사진을 토대로 기사화했다는 것이다. 최초 유포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올케이팝에 재직 중이라는 에일리 전 남자친구의 입장은 어떨까. 에일리 소속사의 공식 입장이 발표된 11월 13일, SBS (이하 )는 에일리의 전 남자친구라고 밝힌 남성과 한 전화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소속사의 입장을 반박하며 “에일리가 누드 사진을 전달했느냐”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처음 들어보는 소리다.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라며 처음 듣는 얘기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저희(올케이팝)한테 이메일이 왔다. 이메일이 들어온 의도가 있었으니까 저도 한번 사진을 팔 수 있나 확인하고 싶어서 순수하게 물어봤을 뿐”이라면서 “다른 의도는 없었다. 사진 유출은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연예매체 는 에일리의 전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남자에게 사진 구입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리하면, 에일리의 전 남자친구라고 밝힌 남성은 ‘에일리에게 받은 누드 사진을 갖고 있다’, ‘받은 적도 없다’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에일리 소속사 YMC와 인터뷰를 나눴다. YMC 관계자는 “잘못된 기사가 너무 많이 나가고 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누군가 에일리 누드 사진을 갖고 있고 판매하려 했다는 사실을 YMC에 사전에 알려주었다’는 올케이팝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와 얘기한 게 아니라 에일리 삼촌과 이야기한 것”이라며 “과거 에일리가 (미국에서 속옷 광고 관련)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서 (사진이 어디로 유포됐을까) 불안하긴 했지만, 그때는 어떻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결국 우려하던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YMC 관계자는 항간에 떠도는 올케이팝과 불화설에 대해 “우리는 올케이팝을 고소한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서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최초 유포자를 찾는 게 우선이다. 한국의 2차, 3차 유포자들에 대한 조치는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에일리의 전 남자친구라 밝힌 남성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범인(최초 유포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미국 변호사가 알아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와 에 얘기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에일리의 현재 상태를 묻는 질문에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안쓰럽고 불쌍하다. 차에도 혼자 있을 때가 많다. 이러다 대인기피증에 걸릴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이런저런 일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공식 발표를 해도 사람들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아무래도 여자니까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본인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하겠다고 한다. 부디 잘 견뎌주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참고 숨는 시대는 지났다!  여자 연예인들이 악플러에 대처하는 방법

이번 사건은 한창 활동 중인 에일리에게 크나큰 상처 남겼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같은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모습을 감춰온 과거 연예인들과 달리 당당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는 것. 누드 사진 유출 5일 만에 그녀는 멜론 뮤직 어워드 시상식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향후 스케줄 역시 가능하면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네티즌도 그런 그녀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이렇듯 악성 루머 및 악플러에 대한 요즘 연예인들의 대처는 매우 적극적이다. 그전까지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던 연예인들이 법적 대처를 비롯해 강경 대응으로 명예회복에 나선 것이다. 통상 연예인들은 소송을 제기해도 피의자들을 선처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인 만큼 소송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이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사뭇 다른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백지영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백지영은 지난 6월 결혼을 한 직후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몇몇 몰상식한 누리꾼들은 백지영의 아픔마저 놀림감으로 삼으며 비인간적인 글을 올렸다. 결국 백지영은 지난 7월 고소장을 제출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으나 연예인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결혼 후 유산을 겪은 사람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과 비방, 그리고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유산된 아이를 합성한 잔인한 사진들을 보며 마지막 방법인 고소에까지 이르게 됐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백지영이 고소한 악플러 중 4명이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11월 13일에는 다비치 강민경의 합성 사진을 올린 누리꾼 그 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3월 포털 사이트 블로그나 카페에 ‘강민경 스폰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강민경이 유흥주점에서 남성을 접대하는 모습을 악의적으로 합성해 올린 혐의다. 사진이 유포되자 강민경은 이들의 인터넷 아이디를 경찰에 고소했고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파악됐다. 검찰은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K 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아이유 또한 강경 대응으로 최근 악플러를 검거했다. 지난 5월 증권가 찌라시를 위장해 ‘아이유가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와 곧 결혼한다’는 허위 사실을 최초 유포한 범인이 검찰에 붙잡힌 것. 피의자는 이후 “가장으로서 가정불화까지 겪고 있다”라고 호소하며 사과문과 함께 처절한 용서를 구했다고.

배우 송혜교의 경우는 그간 악플러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용서를 해주던 관례에서 벗어나 실제 벌금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송혜교는 지난 2008년 9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인터넷 블로그 등에 ‘송혜교가 정치인과 스폰서 관계이며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악플러들을 고소했다. 약식 기소된 24명은 대부분 20~30대 회사원, 그중에는 전문직 종사자도 있었다. 검찰에서 훈방 조치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문의가 왔지만, 송혜교 소속사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원더걸스 소희와 미쓰에이 수지 역시 악플러에 강경 대처했다. 소희는 자신과 사귄 지 5년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2011년 6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약 1백50회에 걸쳐 모욕감과 수치감을 주는 발언을 게재한 악플러 이 씨를 고소했다. 이 씨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모욕죄 혐의로 구속됐다.


수지는 지난해 말 '성희롱 사진 트위터'로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의 한 회원이 수지의 트위터 계정에 수지를 모델로 한 광고판을 두고 음란한 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낸 것. 평소 트위터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지는 이 사건 이후 트위터에서 종적을 감췄다. 해당 누리꾼은 이후 경찰에 붙잡혔지만 JYP엔터테인먼트를 수십 차례 찾아가 용서를 빌어 겨우 고소가 취하됐다. 최근에도 수지를 성적으로 묘사하고, 정치적 의미를 담은 합성사진을 만들어 일베에 유포한 혐의로 고교 1학년 조 모(16) 군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악플러들에 대해 법의 힘을 빌리며 강경 대응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악성 루머는 인터넷이나 이메일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퍼졌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해 공론화하면 오히려 사태를 확산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SNS를 통해 악성 루머가 전파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졌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기보다는 오히려 법적 수단을 강구해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중론이다.

연예인들의 강력 대응에 박수를 보내며 동조하는 대중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누구든 루머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를 체감하고 있는 대중 역시 악성 루머에 적극 대응하며 자신의 권리와 명예를 찾는 연예인들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 자세한 기사 전문은 여성조선 12월호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