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SNS에 서울 사진을 남겼다.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면서 찍었는데, 건물 옥상 색깔이 대부분 녹색이었다. 사진을 본 외국인들은 "한국에는 옥상 정원이 있나" "한국은 로맨틱한 나라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처럼 우리나라 건물의 옥상을 보면 녹색이 많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방수제(防水劑)에 있다. 건물 옥상에는 비가 내리면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방수제를 칠하는데, 우리나라 건물 옥상에 칠한 방수제는 상당수가 녹색이다.
그렇다면 왜 녹색일까? 전문가들은 녹색이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KCC 기술지원부 관계자는 "녹색은 눈의 피로도 가장 약하고, 화사함도 주고, 동시에 안정감도 주는 색"이라며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옥상 바닥으로 녹색 방수제를 써왔다"고 말했다. 녹색 말고도 쓰이는 색이 있다. 회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흰색을 좋아했는데, 흰색은 빛이 비치고 바닥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그보다 약간 어두운 회색을 사용한다. 한 방수제 생산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녹색과 회색 비율은 약 8대2 정도라고 한다.
언제부터 옥상 방수제 색깔이 녹색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그 영향은 일본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복 후 건축 관련 기술은 대부분 일본에서 전수했는데, 방수제 색깔도 일본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옥상 말고도 지하 주차장이나 주유소 바닥도 녹색이 많다. 옥상과 마찬가지 이유이기도 하지만, 쓰이는 것은 방수제가 아닌 바닥재다. 방수 효과도 지니면서 자동차 등이 지나갈 수 있도록 단단한 재료로 돼 있다. 그런데 주차장이나 주유소 등에는 옥상보다 녹색이 덜 쓰인다. KCC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이나 주유소는 옥상보다는 사람들 눈에 많이 띄기 때문에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게 좀 더 다양한 색을 쓴다"고 말했다.
외국도 녹색 옥상 바닥이 많지만, 우리만큼은 아니라고 한다. 미국은 녹색뿐만 아니라 회색, 검은색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흰색으로 옥상을 칠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흰색으로 칠하면 태양빛이 반사돼 건물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고, 그 덕분에 냉방비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옥상 바닥이 녹색인 경우가 많다. 일본은 특히 옥상에 잔디를 깔아 녹색 정원을 꾸미는 추세다. 포르투갈은 건물 옥상이 빨간색으로 덮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건물에 들어가는 주 자재가 흙이나 세라믹인데, 그 색깔이 빨간색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공통으로 건물 옥상 바닥이 녹색인 곳이 있다. 바로 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게 꾸민 고층 건물 옥상 헬기장이다. 헬기 조종사들에게 가장 눈에 잘 띄는 색깔이 녹색이기 때문이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낮에 햇빛이 건물 콘크리트에 반사되면 조종사에게는 흰색으로 보이는데, 흰색에 대비해 가장 뚜렷이 눈에 들어오는 색깔이 녹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