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끝나고 혼자 숙소에 돌아가 한 시간 동안 울었어요. 금메달을 꼭 따서 한국 경찰의 상징인 참수리 깃발을 전 세계에 휘날리고 싶었는데…."

21일 만난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박성용(32) 경사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 1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3 세계 보디빌딩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26명 중 7등을 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그는 “1년간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으면서 대회를 준비했던 시간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현직 경찰이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한 건 박 경사가 처음이고, 이번 대회 참가자 26명 중 프로 보디빌딩 선수가 아닌 사람 역시 박 경사가 유일했다.

운동 시간은 다른 선수보다 적었지만 그만큼 많은 응원을 받았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해야 하는 박 경사를 위해 중앙지구대는 근무 시간을 조정해줬고, 양배추·브로콜리즙을 보내온 경찰 준비생도 있었다. 박 경사의 페이스북엔 ‘배불뚝이 경찰만 보다가 근육질 경찰을 보니 신뢰가 간다’ ‘꼭 1등하고 돌아오라’는 응원글이 가득했다.

그동안 운동만 열심히 한 건 아니다. 2008년 경찰이 된 박 경사는 검거 실적이 좋아 2010년과 2012년 특진했다. 2012년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범인을 잡았다.

박 경사는 “때로 물리적으로 범인을 제압해야 하는데 보디빌딩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조직폭력배도 내 팔뚝을 보면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근육이 도드라지는 반소매 제복을 입는 여름에 특히 범인을 많이 잡았다고 한다.

박 경사는 내년에 다시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박 경사는 “전국 검거율 1위 타이틀도 되찾아서 더블 챔피언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세계대회 1등을 하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소방관들의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 같은 대회를 경찰에도 만들어달라고 건의하기 위해서다.

박 경사는 “보디빌딩이 체력은 물론이고 범인 제압에도 큰 도움이 되니까 다른 경찰관들에게도 권하고 싶다”며 “세계대회 1등쯤 하면 청장님이 혹시 들어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