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임영진 기자] 지난 26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가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던 작품들의 한계를 재연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수상한 가정부’는 일본 NTV 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지난 9월 23일 첫 방송됐다. 한류스타 최지우의 안방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가정부 미타’가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절반의 성공은 최지우라는 배우의 재발견이었다. 로맨스물에 자주 등장했던 최지우는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특정 연기에 탁월한 기량을 보여왔다. 눈물을 흘리며 악을 쓰고, 갑작스럽게 눈물 한 방울을 떨구는 연기 등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감정 연기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최지우라는 배우에게는 ‘카리스마’라는 단어는 동 떨어진 인상이 있었다. 착하고 눈물 많은 가련한 여주인공에 최적화된 배우였던 것이다.

최지우는 ‘수상한 가정부’를 통해 상처로 감정을 잃은 차가운 인간상을 그렸다. 자신을 맹목적으로 짝사랑한 스토커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 아들을 한 순간에 잃어야 했던 박복녀를 통해 최지우는 무언의 분노와 절망에 흔들리는 모습을 연기했다.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지만 속으로는 하루에도 수백 번 휘청거리는 이중적인 분위기를 시각화하기도 했다.

감정이 결여된 억양, 단조로운 톤, 무감각한 표정은 최지우가 박복녀를 위해 꺼내든 무기였다. 처음 ‘최지우가 어색하다’던 시청자들도 회가 지날수록 그에게로 기운 인상을 줬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원작에 있었던, 형부를 짝사랑한 처제라는 설정,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집을 떠나며 새드엔딩을 맞은 ‘가정부 미타’와 ‘수상한 가정부’의 해피엔딩 간 거리감은 컸다.

모티브, 스토리 전개에서 유사성을 갖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 앞서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던 드라마들은 ‘각색’이라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탄탄했던 스토리라인이 삐끗하면서 결국 시청률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으며, ‘수상한 가정부’도 이 한계를 넘지 못한 모습이었다.

‘수상한 가정부’에 앞서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전파를 탔으나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MBC 드라마 ‘닥터진’(원작 ‘진’), ‘교실의 여왕’(원작 ‘여왕의 교실’),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원작 ‘아름다운 그대에게’), KBS 2TV 드라마 ‘직장의 신’(원작 ‘파견의 품격’) 등이다. 이 드라마들은 참신한 소재로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했으나, 이 기대를 오랜 시간 끌고 가지 못했다. 결국 시청률에서 고전하며 기대 이하의 결과를 받았다.

매번 일본드라마 원작 드라마에 쏟아졌던 비판은 ‘산으로 간 스토리’였다. 시작은 일본인들의 정서에 맞춰져있으나, 이를 한국식으로 변형하다 보니 전체 스토리가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이번 ‘수상한 가정부’도 그랬다. 복녀를 뜨뜻미지근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은상철(이성재 분)이, 복녀가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은 의외였다. 고의도 아닌 사고로 아들, 손자를 잃은 복녀 시어머니(김지숙 분)가 행복하지말라고 채근하는 장면, 죽은 언니의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까지 내놓으려던 우나영(심이영 분)의 헌신은 꺼림칙했다.

한편 이날 종영한 '수상한 가정부' 후속으로 오는 12월 2일부터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방송된다. 한혜진, 지진희, 김지수, 이상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하는 위기의 두 부부를 그린 감성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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