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관 디자인 경쟁이 뜨겁다. 외관 디자인이 뛰어나면 발코니(베란다)를 더 공급할 수 있는 서울시의 규제 덕분이다. 들어가고 나온 발코니 외형이나 형형색색의 석재는 아파트 외관을 돋보이게 하는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 “외관 신경 쓰니, 실내 공간이 넓어졌네”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면적 별로 발코니 공급면적 제한이 있다. 전용 60~84㎡의 경우에는 발코니 크기가 전체 아파트 면적의 30%를 넘지 못한다. 84㎡ 초과의 경우에는 전체 면적의 25% 이내로만 발코니를 제공해야 한다. 59㎡ 이하의 소형주택은 별도로 제한 규정은 없다
요즘 아파트는 베이(bay· 아파트 전면부에 배치된 방이나 거실의 수)를 늘려 더 많은 발코니를 제공하고 이를 확장해 20평대 아파트를 30평대처럼 쓸 수 있는 방식이 대세다. 하지만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발코니 면적 제한이 있다 보니 생각만큼 공간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건설사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수디자인 인증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 6월부터 건축위원회 공동주택 심의기준을 통해 우수디자인 인증을 받았거나 그에 준하는 조건에 만족할 경우 발코니 면적을 30% 더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아파트 외관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
롯데건설이 22일부터 분양에 나서는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의 경우 발코니가 튀어 나오고 들어간 모양으로 아파트 외관을 디자인했다. 전용 59~84A㎡의 경우 거실 발코니가 43.5cm 돌출되고 안방 발코니는 30.5cm 안으로 들어간 형태다. 이를 통해 전체 면적도 늘어났다. 디자인 설계는 데이비스 라이더 디자인 스튜디오(drds)에서 맡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진주 신사옥 설계를 한 업체다.
대림산업이 이달 22일부터 분양에 들어가는 ‘대림 아크로리버파크’ 역시 외관 디자인을 통해 공간을 넓힌 경우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대림아크로리버파크는 서울시 재건축 우수디자인 인증 1호 아파트다. 한강변에 병풍같이 늘어선 똑 같은 층의 아파트들과 달리 중간은 높고 한강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동별 높이 조절로 우수 인증을 받았다. 대림아크로리버파크는 이를 통해 30% 가량 발코니 면적을 더 갖게 됐다.
◆ 위례 서울 쪽 아파트 디자인 각축전…분양가 인상 요인 지적도
발코니 면적 규정은 서울시에서만 시행 중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시, 경기 하남시가 함께 묶인 위례신도시의 경우 서울 쪽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경쟁적으로 외관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성남·하남 아파트보다 발코니 면적이 적어 전체적으로 공간이 좁다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다.
현대건설이 위례신도시 내 송파지구에 공급할 예정인 '위례 송파 힐스테이트'의 경우 'ㄱ'자 모양의 동 배치, 흰색과 회색이 교차 배치된 디자인 등 독특한 외관이 적용됐다. 현대산업개발(012630)의 위례2차 아이파크도 동 별로 층고 차이를 두는 독특한 외관으로 꾸민다. 위례1차 아이파크는 우수디자인 인증을 받았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위례신도시 역시 특이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외관 디자인이 좋아지고 발코니 공간이 넓어지는 점은 좋지만 분양가가 비싸질 수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독특한 외관 디자인은 설계비뿐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도 건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발코니 확장을 위한 비용은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고 따로 내야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 면적이 넓을수록 발코니 확장 비용도 더 들어간다”며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지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높아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