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차기전투기(FX)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스텔스 성능과 예산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국민이 주목해야 할 공군의 안보 사업은 따로 있다. 30년 이상 된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 200여대가 2020년 중반이면 전량 폐기해야 하는 현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차세대 주력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형 차기전투기(KFX) 사업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KFX 사업이 정체된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 국내 항공산업이 공군이 원하는 수준의 전투기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는 회의론이다. 과연 그런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스텔스를 포함한 각종 핵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물론 초기에 완벽한 수준의 스텔스 기능을 독자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기전자·반도체·자동차 등 세계적 수준의 전후방 연관산업을 활용하면 경쟁력 있는 항공기를 개발할 수 있다. 또한 당대의 스텔스 기술 자체도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국내 완성차 기업은 독자적으로 자동차 설계·개발을 할 수 있어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창의적 설계가 가능해져 세계적 히트 차종도 나왔다. 항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항공 기술을 국산화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우리가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 기술에 의존하면 또다시 수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된다.

KFX 사업이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항공우주산업의 연간 세계시장 규모는 자동차 산업의 40~50%에 육박한다. 일단 우주 분야를 키우려면 항공 산업이 근간을 이뤄야 한다. 국내 항공 산업을 키우기에 좋은 모판이 KFX 사업이다.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면, 국내 산업체의 기술·시장성이 한 단계 뛴다. 이는 세계 민간항공기 시장 진출의 계기가 된다. 따라서 10조원대의 FX 예산이 온전히 KFX 사업에 투자되면, 국산 전투기 개발→민간 항공산업 육성→우주산업 근간 마련 등의 선순환이 예상된다.

따라서 KFX 사업은 현재의 경제적 타당성으로 접근하지 말고, 미래의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금의 반도체·조선 산업도 처음 시작할 때는 선진국과의 격차로 채산성이 떨어졌다는 점을 회상하면 우주항공 분야를 모두 담당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KFX 사업의 시작으로 항공우주 산업이 만개한다면, 양질의 일자리와 국민소득 증대라는 열매로 이어진다. KFX 사업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 동력이자, 창조경제를 위한 대표적인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