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육사 36기) 경질 파문이 일면서 ‘육사 37기’들이 주목받고 있다.
장경욱 전 사령관의 후임인 이재수 중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55) EG회장과 중앙고·육군사관학교 동기(同期)동창인데다, 그 동기들이 합참 작전본부장, 정보본부장, 특전사령관 등 군의 핵심 요직에 대거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의 친정(親政)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군 수뇌부 인사를 무리하게 단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군 안팎에선 장경욱 전 사령관의 경질 배경에 육사 37기들이 직접 관련됐다는 소문도 있다. 장 전 사령관이 육사 37기들의 약진에 ‘제동’을 걸려다가 좌절됐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5일 정부가 총 110명에 달하는 중장급 이하 군 인사를 단행하자,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육사 37기에 집중됐다. 예상대로 육사 37기들의 ‘약진’이었다.
◇박지만 회장의 동기들 벌써 8명이나 중장으로 진급하며 눈부신 ‘약진’
박지만 회장의 육사 동기인 이재수 인사사령관은 논란 속에 기무사령관에 임명됐고, 신원식 수방사령관은 대장 진급 1순위인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인범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차장(소장)은 특전사령관으로 발탁됐고, 지난해 10월 ‘노크 귀순’으로 징계대상에 올랐던 엄기학 당시 합참 작전부장도 군단장으로 진출하면서 부활했다.
조보근 정보사령관도 국방부 정보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육사 37기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중장으로 진급하기 시작했다. 신원식 합참 작전본부장과 양종수 군단장이 동기들 중 처음 진급했고 지난 4월 인사에서 이재수 사령관 등 3명이 더 진급했다.
지난 10월25일 인사에서 전인범, 엄기학, 조보근 장군 등 3명이 나란히 별 셋(중장)을 달아 37기는 지금까지 총 8명의 중장을 배출했다.
실제로 올해 4월 전반기 인사의 경우,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육군 장성 네 명 가운데 세 명, 올 10월 후반기 인사에서는 다섯 명 중 두 명이 37기였다.
다시 말해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세차례 단행된 인사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15명 중 8명이 박지만 회장의 육사 동기인 셈이다.
통상 한 기수에서 3~5명이 중장에 진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많은 숫자이다.
이들은 현 정부에서 대장 진급과 함게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로 발탁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박지만 회장을 비롯한 육사 37기생들은 대학으로 치면 77학번이다. 어찌된 일인지 육사 37기에는 다른 기수 보다 현역 장성을 비롯해 군 자녀가 상당수 입학했다고 한다.
한 예비역 장성(육사 37기)은 “통상 기수당 1,2명에 그쳤던 고위 장성의 아들이 37기엔 10명이 넘었다”며 “우리 중대에도 김영선(육사 7기·중장) 중앙정보부 2차장의 아들인 김현수(국군체육부대장 역임) 등 장성 아들이 두명이나 있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동생 통하면 승승장구하는 '만사제통(萬事弟通)' 인사?"
기무사령관을 지낸 송영근 의원(육사 27기)은 지난 11월 1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기무사령관에게 수방사령관(신원식)의 부적절한 처신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며 "수방사령관 간지 1년 만에 (합참)작전본부장이 됐는데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다.
신원식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장성 인사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수방사령관에 취임한지 1년 만인 이번 인사에서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김관진 장관은 “특별히 수방사령관에 대해 보고를 받았거나 한 것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넘어갔다.
정치권도 국방부의 인사를 질타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28일 열린 국회법사위 군사법원 국감에서 “이명박 정부는 형님 인사로 만사형통(萬事兄通), 박근혜 정부는 동생 인사로 만사제통(萬事弟通)”이라고 꼬집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7년 입교한 육사 37기는 지만 씨를 포함해 총 293명. 이 중 130여 명이 현재 군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급별로는 중장부터 대령까지 분포돼 있다. 37기 대령들은 내년에 만기 전역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37기를 전후한 육사 출신들은 ‘박지만 생도’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박지만 씨와 인접 중대에서 생활했던 한 예비역 장성(육사 36기)은 “과묵한 편이었고 많은 친구를 사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머리가 비상한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대통령 아들의 티를 내지 않고 사관학교 생활에 적응하려도 부단하게 노력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유머 감각은 뛰어나 동기와 선후배들을 많이 웃겼다”고 했다.
다른 예비역 장성(육사 37기)은 “(지만씨가) 3, 4학년 중대장 생도로 활동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며 “동기생들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었고 게으르거나 이기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동기생들은 박지만 당시 생도가 체력이 강인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동기생인 한 예비역 대령은 “박지만 생도는 호리호리하고 날렵해 100m를 평균 11초대에 주파했다”며 “입학 직후 열린 춘계체육대회에서 선배들에게 발탁돼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에 육사 대표선수로 출전했고, 이용문장군배 승마대회에도 출전했다”고 했다.
생도 시절 박지만 생도의 ‘단짝 친구’는 서울 중앙고 동창인 이재수 중장(현 기무사령관)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소대에서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고교 때부터 맺은 우정을 더 돈독히 다졌다고 군 관계자들은 기억했다.
자신을 ‘대통령 아들’이 아닌 ‘친구 박지만’으로 스스럼없이 대하는 이재수 중장에게 지만 씨는 인간적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생도 시절부터 두 사람을 잘 아는 한 예비역 장성(육사 36기)의 전언은 이렇다.
“지만 씨에게 이 중장은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죽마고우’였다. 학과 시간은 물론이고 휴가나 외박 때도 꼭 붙어 다녔다. 누나(박 대통령도)도 어머니(육영수 여사)를 잃고 방황하던 동생을 보살펴준 이 중장을 각별히 대했다.”
그렇다면 박지만 씨에 대한 특별대우나 특혜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