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여성의 가슴만큼 성적 매력을 잘 나타내는 신체 부위도 없다. 2011년 프랑스의 한 연구소가 프랑스, 영국, 브라질, 스페인, 미국, 네덜란드, 덴마크 총 7개국의 남녀를 대상으로 매력적인 여성을 볼 때 시선이 주로 어느 곳에 머무르는지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가슴을 주로 쳐다본 남성은 여성보다 37%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여성은 남성보다 27%나 많이 결혼반지를 봤다고 한다. 남성은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여성은 이 여성이 자신의 잠재적인 경쟁자인지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는 말이다.

여성의 가슴은 왜 성적 매력의 상징이 된 것일까. 남성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성에게도 가슴이 성적 행동에 중요한 것일까. 과학자들은 수십만 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와 최첨단 의료영상장비를 통해 그 답을 찾고 있다.

여성 뇌


직립 보행으로 가슴 중요성 커져
먼저 남성이 여성의 가슴에 집착하게 된 것은 오랜 진화의 결과로 설명된다. '털 없는 원숭이'로 국내에 잘 알려진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인류학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벌거벗은 여자'란 책에서 그와 같은 주장을 폈다.
동물에서 성적신호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엉덩이 부근이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 암컷은 네 다리로 걷기 때문에 엉덩이를 이용해 뒷모습으로 성적 신호를 보낸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말은 발정기에 이른 암컷 원숭이의 부푼 성기와 그 주변을 일컫는다.

하지만 인간은 두 다리로 걷게 되면서 다른 영장류와 사정이 달라졌다. 똑 바로 선 여성은 더 이상 남성에게 엉덩이 아래쪽을 보여주기 어렵게 됐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가슴은 엉덩이를 모방해 두 개의 반구모양으로 진화했다고 모리스 박사는 설명했다.
물론 여성의 가슴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기능도 있다. 그런데 영장류의 암컷은 수유를 하지 않을 때는 가슴 모양이 평평하다. 유일하게 인간 여자만이 양육의 기능과는 상관없이 가슴 모양이 볼록하다. 여성의 가슴이 아기보다는 남성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는 증거다.
뇌에 있는 감각 난쟁이

가슴이 성의 상징이 되면서 여성도 달라졌다. 이는 뇌의 감각 피질 연구에서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뇌에 사람의 몸이 다 들어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감각 난쟁이(sensory homunculus)'이다. 옛날 의학자들은 정자 안에 사람과 똑같이 생긴 난쟁이가 들어있으며. 이것이 나중에 태아로 자라난다고 봤다. 그와 같은 것이 뇌에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작은 사람이 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뇌 감각피질에 인체의 각 부분에 해당하는 영역이 이어져 있는데, 이것이 꼭 사람과 같은 모양이라는 말이다.

감각 피질은 음악을 들을 때 헤드셋이 귀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지나가는 곳에 있다. 귀 바로 아래에는 입과 관련된 감각 피질이 있으며 여기서부터 정수리까지 얼굴, 목, 손, 엉덩이, 다리 관련 감각 피질이 있다. 성기는 발 아래 맨 마지막에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든 감각 피질도가 남성에게만 해당한다는 말이다. 1951년 이후 아무도 여성의 감각 피질을 따로 만들 생각을 못했다. 남성 기준의 감각 피질도에서 가슴에 해당하는 부위는 얼굴과 다리 사이에 있다. 여성도 마찬가지일까.
여성에게 젖꼭지는 성기와 동격
많은 남성들은 경험으로 사랑을 나눌 때 여성의 젖꼭지는 질이나 음핵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다. 2011년 미국 럿거스대의 배리 코미사룩(Komisaruk) 박사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를 통해 실제로 그런지 알아봤다. 어떤 행동을 하면 뇌에 그에 해당하는 부위로 피가 몰린다. fMRI는 해당 영역을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보여준다.
연구진은 fMRI 장치 안에서 여성에게 질과 음핵, 젖꼭지를 스스로 애무하도록 하는 다소 민망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23~56세 사이의 건강한 여성들이었으며, 민망한 실험에 걸맞게 실험마다 100달러의 수고비를 받았다.

실험 결과 먼저 질과 음핵 자극에 반응하는 뇌 부위는 다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젖꼭지를 자극할 때였다. 이때 fMRI 영상에서는 가슴 자극에 반응하는 뇌 부위뿐 아니라 질이나 음핵 자극에 반응하는 곳 역시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결국 감각 피질도에서 여성의 젖꼭지는 생식기와 함께 발 아래 영역, 즉 정수리 쪽에 가야 하는 것이었다.
옥시토신 호르몬이 매개?
연구진은 여성에서 젖꼭지 자극이 생식기 자극과 같은 반응을 나타낸 것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간접적 설명이다. 젖꼭지를 자극하면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처럼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이 호르몬은 출산 시 자궁을 수축하게 한다. 따라서 젖꼭지 자극이 자궁 수축을 불러오고, 이것이 뇌에서 생식기 영역의 반응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자궁이라는 매개자 없이 젖꼭지와 관련 신경이 직접적으로 반응했을 수도 있다. 이번 실험에서 남성에서는 젖꼭지를 자극한다고 뇌에서 생식기 자극과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직접 자극설을 자궁 제거 수술을 받은 여성을 대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자궁이 없는 데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두 번째 가설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코미사룩 박사가 남성 동료에게 연구결과를 말하자 대부분 "와, 뇌에 있는 감각 난쟁이에 대한 기존 이론과 다른 예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얘기를 들은 여성 동료들은 "그래서?"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여성들로선 이미 잘 알고 있었던 사실을 이제야 알아낸 남성이 한심해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