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의 기술’(이수성 감독)은 두 여배우를 위한 영화다. 서로 다른 성격과 외모를 가진 두 절친한 친구가 여행지에서 만난 ‘훈남’에게 동시에 반해 버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한수아는 섹시하고 화끈한 현실주의자 지영 역을 맡았다. 지영은 누구나 반할만한 예쁜 미모와 치근덕대는 회사 상사 정도는 너끈히 골탕 먹일 줄 아는 쿨한 캐릭터. 실제 성격도 영화 속 캐릭터와 비슷한 지 물었더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도 그래요. 사실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었는데 제 성격이랑 비슷하고 닮은 부분이 있어 연기적으로 표현을 하기가 쉬웠어요. 다른 캐릭터였으면 못 했을 것 같아요. 수진 캐릭터였다면 원래 제가 가식이나 내숭을 못 떠는 성격이라 선택을 못했을 거예요.”

한수아는 신인 아닌 신인이다. 지난 2009년 영화 ‘자명고’(이명우 감독)로 데뷔, 최근까지 KBS 2TV ‘각시탈’, ‘최고다 이순신’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조금씩 얼굴을 알려왔다. 아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그가 상업 영화의 첫 주연을 맡게 된 것은 파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오디션 보게 됐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성격이 좋아서 점수가 높았다고, (웃음)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든 그렇지 않든 저는 꾸준히 연기를 해 와서 이게 저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모르는 분들은 제가 한 순간에 주연을 맡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계속 작품 활동을 해왔거든요.”

영화 속에서 노출 연기를 해야 했다. 부담이 적지는 않았을 터. 털털하고 분명한 성격이 한수아는 “노출을 위한 노출이었다면 못 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부담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배우는 어쨌든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단지 한 부분을 표현한 건데, 전체로 보면 그 신이 아무것도 아닌건데 하나만 보면 되게 크게 보이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시나리오 전체에서 그 신의 필요성을 보려고 했고, 그래서 큰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했어요. 만약 노출만을 위한 노출이었다면 못 찍었을 것 같아요.”

영화 속 장면의 대부분은 필리핀 관광청의 협조를 받아 필리핀 세부에서 촬영됐다. 재미있는 일보다는 날씨가 무더워 힘든 점이 많았다. 비가 왔다가 햇빛이 들었다 촬영이 취소됐다 재개됐다 하는 일들이 반복됐다고. 영화 속 가장 재미있는 장면으로는 지영이 태훈을 유혹하는 장면을 꼽았다.

“제가 서지석 오빠를 유혹하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세부에서 촬영을 하면서 회식을 해도 술 한 잔 하거나, 좀 긴장을 풀고 배우들과 다 함께 어울릴 만한 시간은 없었어요. 그런데 그 신에서 제대로 놀고 왔죠. 그게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안무가 따로 있었던 건 아니고 필(feel)대로 춘 거였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연기하는 저는 최대한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웃음 코드가 맞을 거 같았거든요.(웃음)”

당당하고 유쾌한 이 여배우는 지난달 열린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몸매가 부각되는 노출 드레스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화제가 됐고,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신인 여배우들의 노출 전쟁으로 인해 일각에선 한수아를 ‘제 2의 오인혜’라고 일컫기도 했다.

“그분들도(노출 드레스로 화제가 된 여배우들) 각자의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처럼 저 역시 저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개성 있는 아름다움으로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생략) 저 같은 경우엔 드레스 피팅을 많이 했어요. 이 드레스를 입었을 때 제 몸이 예뻐 보였고 라인이나 각선미 같은 것들이 예뻐 보였어요. 사실 노출을 생각할 여지는 없었어요. 그냥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다였어요,”

한수아에게는 이란성 쌍둥이 동생이 있다.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원래 연기자의 꿈을 꿨던 동생이 연기학원에 등록할 때 “마치 속셈 학원이나 피아노 학원을 다니듯” 큰 야심 없이 함께 다니기 시작 한 것이 계기였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응원군인 동생은 이번 영화를 보고 “언니가 나오는 부분이 가장 재미 있더라”라고 이야기해 줬다.

한수아의 롤모델은 선배 배우 손예진이다.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어떤 연기를 맡으시든 그 캐릭터에 맞게 흡수하는 면이 뛰어나신 것 같아요. 섹시한 것, 엉뚱한 것, 청순한 것, 전부 다 카메라 앞에서 다 표현하시고, 폭 넓은 연기를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다재다능한 배우이신 것 같고, 저 역시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와서일까. ‘연애의 기술’이 끝나고도 한수아는 다양한 곳에 얼굴을 내밀며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데니안과 함게 그룹 오션의 신곡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의 뮤직비디오의 주연으로 참여했고, 한 시트콤에서 연락이 와 미팅을 잡았으며 ‘각시탈’ 무술감독 출신 감독과의 인연으로 무협 영화에도 출연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수성 감독은 이번 영화의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두 여배우의 매력을 칭찬하며 “홍수아와 한수아를 각각 주연으로 한 영화를 찍겠다”라고 선언한 상태. 아쉽게도 출연하기도 돼 있었던 곽경택 감독의 ‘친구2’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앞서 ‘친구2’에서 정호빈이 맡은 은기의 여자친구 캐릭터를 맡기로 알려진 상태.

“‘친구2’ 오디션에 합격을 해서 촬영을 가기로 한 날, 촬영 스케줄이 변경될 것 같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연애의 기술’ 촬영이 잡혀있는 때라 상황이 안 돼서 결국 촬영을 못 했죠. 아직은 언론에서 한수아가 출연한다고 나오는데, 민망하긴 해요. 감독님이 오디션을 보고나신 뒤에 '너처럼 여유 있게 들어온 사람은 처음 봤다'라시면서 웃으셨어요. 오디션 장에 선글라스를 쓰고 들어가서는 춤도 추고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아요. 이래서 두 마리 토끼는 잡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건가 봐요.”

아쉽긴 하지만, 영화배우 한수아의 커리어는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미모와 끼, 야심을 겸비한 이 여배우가 앞으로 걸어갈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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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