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39년 전 '인연(因緣)'과 재회했다. 1974년, 22세의 박 대통령은 프랑스 동남부의 그르노블대학에서 유학 중이었다. 대통령으로 다시 프랑스를 찾은 그는 당시 자신을 여러모로 배려했던 이제르(Isere) 지역 도지사의 부인 보드빌 여사와 다시 만났다.
이날 만남은 보드빌 여사가 "박 대통령을 보고 싶다"고 요청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일정이 빡빡한 박 대통령은 자신이 묵는 호텔로 보드빌 여사를 초대했고 두 사람은 반갑게 손을 맞잡았다.
박 대통령의 '그르노블 시절'은 6개월에 그쳤다. 하지만 대통령 인생에서는 가장 흥미진진한 시절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그르노블대학에 정식 입학한 것이 아니라 사전 어학코스를 밟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 '프랑스 가족의 소박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바람도 가져 보면서…'라고 적었다. 이제르 지역에 있는 그르노블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등 20여개의 연구 시설이 밀집돼 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수석 졸업했던 박 대통령은 "교수가 되려고 유학을 갔다"고 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방한한 장 마크 에로 프랑스 총리와 만나서도 자신의 프랑스 유학 경험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그르노블을 비롯한 프랑스에 대해 좋은 추억을 아직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프랑스는 내게 참 각별한 나라"라고 했다.
방불(訪佛) 이틀째인 4일 박 대통령은 개선문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걸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전에 참전했던 프랑스군의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 한국전 참전 용사 11명이 대표로 이 행사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