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었던 지난 2일 서울 영등포 지역 미세 먼지 농도가 기준치의 1.4배를 기록해 환경 당국이 환자·노약자의 장시간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강서·양천·구로·마포구와 인천 서구도 기준치를 넘어섰다. 지난달 29일엔 경기 동두천 지역 미세 먼지 농도가 기준치의 2.5배에 달했다.
대기오염이 심각해진 것은 중국 스모그가 서해를 건너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 일대에선 최근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미세 먼지 농도가 측정되는 일이 잦았다. 2일에도 베이징은 스모그가 심해 주변 고속도로 10곳을 폐쇄해야 했다. 겨울 난방이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중국 스모그가 극심해진 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우리 수도권 일대 대기오염 물질의 40% 이상은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세 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도달해 호흡기·심혈관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가 있다.
중국은 인구가 우리의 15배나 되는 나라라서 오염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엔 원전 15기가 가동되고 있고 건설 또는 계획 중인 것도 70기나 된다. 중국 원전에서 사고라도 나면 방사성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곧장 우리를 덮치게 된다. 대도시와 공장 지대로 둘러싸여 있는 발해만의 바다 오염도 중국과 서해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에겐 심각한 문제다.
한 나라의 오염이 이웃 나라에 피해를 끼치는 월경(越境) 오염은 대책을 만들어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가해 국가가 '과학적 증거가 확실치 않다'고 버틸 경우 뾰족한 수단이 없다. 한국·일본·중국의 3개국 환경장관은 지난 5월 중국발 대기오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책 대화' 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아직 첫 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다.
중국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땐 경유 택시 7만대를 퇴출시키고 베이징 외곽의 제철 회사를 이주시켰다. 자국 이미지가 걸린 문제에선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환경오염이 동북아에 끼치는 피해에 대해 꾸준히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한다. 우리 환경 단체들이 중국의 민간 환경 단체를 지원해 환경오염에 관한 중국 내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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