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암 투병 끝에 숨진 차인표의 남동생 고 차인석 씨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인 형 차인표는 동생의 마지막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지난 10월 17일 배우 차인표의 남동생 차인석 씨가 오랜 구강암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동대문구 삼육의료원 장례식장에는 형 차인표와 형수 신애라가 함께했다. 삼 형제 중 둘째인 차인표는 슬픔에 잠긴 동생 가족을 대신해 조문객을 맞으며 실질적인 상주 역할을 자처했다. 동생을 떠나보낸 형 차인표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좀체 사라질 줄 몰랐다.

동생의 마지막 가는 길
발인을 앞둔 10월 19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삼육의료원 장례식장 분위기는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발인 예정시간인 오전 8시 30분.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하는 검은색 세단 앞에 유족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은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 드러난 고인의 영정사진 뒤로 다소 초췌한 얼굴의 차인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유족을 차량에 먼저 태워 보내는 그는 슬픔을 감추려는 듯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내 신애라는 고인의 아내인 듯 보이는 여성을 부축해 차량으로 안내했다.

발인식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유족을 태운 차량 문이 굳게 닫히자 황망한 표정의 차인표가 멍하니 차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옆에 둘 수 없는 동생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걸까.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있던 그는 장지로 향하는 다른 차량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고 차인석 씨는 구강암 진단을 받은 후 요양을 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강암은 혀, 입술, 잇몸, 뺨 안쪽 표면 등 입안에 생기는 모든 암을 말한다.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흡연, 음주, 바이러스, 방사선이나 자외선, 식습관과 영양 결핍, 유전적 감수성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구강암 판정을 받으면 수술 치료와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받게 되지만 5년 이상 생존율은 56%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방송에서 밝힌 가족사

고인의 유족을 부축하는 신애라 (사진 왼쪽) 먼저 장지로 향하는 차량을 배웅하는 차인표

차인표는 과거 방송에서 고인을 포함한 삼 형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방송된 SBS 에 출연한 그는 “자수성가한 아버지 때문에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중학교 입학 전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우리 형제들은 ‘우리만큼은 엄마를 더 이상 가슴 아프게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사춘기 없이 의젓하게 자랐다”고 고백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삼 형제는 똑똑하게 잘 자라주었다. 특히 차인표는 “삼 형제 중 나만 빼고 모두 공부를 잘해 형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고 동생도 외국계 은행에 다닌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반에서 20등이었지만 내가 제일 잘살고 형이 제일 못산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고 차인석 씨는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경제학부를 졸업한 수재로, RBS(스코틀랜드왕립은행) 전무로 재직해왔다.

또 지난 6월 SBS 에 출연한 차인표는 “동생이 보스턴 MIT에 합격했을 때 기숙사에 내려주고 돌아온 게 마지막 갈림길이었다. 생각해보니 어른이 되고 30년간 동생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더라. 후회가 된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때 ‘재벌 2세설’이 나기도한 기도 한 차인표의 아버지는 차수웅 전 우성해운 회장이다. 1974년 우성해운을 설립해 국내 해운업계 4위까지 올려놨으나 자식들에게 주식을 전혀 물려주지 않고 경영권 또한 2대 주주에게 넘겨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당시 차 전 회장은 “2004년에 세 아들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논의했으나 누구도 회사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은퇴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은퇴식에서 차인표는 “내가 했던 드라마에서는 주로 아들이 회사를 상속하거나 주주총회 같은 걸 해서 회장이 쫓겨나거나 그랬는데… 기분 좋게 헤어지니 행복합니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차인표는 출연 당시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 “재벌 2세가 아니다.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분으로 어렵게 자라셨다”며 말문을 열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을 지켜본 차인표는 아버지와 따로 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전하며 “그래도 감사한 점은 아버지가 집을 나가셨지만 계속 연락하고 지원해주셨다.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면 늘 선물을 사오셨는데, 우리만 따로 밖에서 만나 선물을 건네주셨다. 그러나 어머니가 그걸 보면 힘들어하실까봐 집 앞에서 선물을 버리고는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차인표는 신애라와 사이에서 낳은 첫째아들 차정민 외에 지난 2005년, 2008년 두 딸 차예은과 차예진을 공개 입양해 화제를 모았다.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정민 군은 얼마 전 Mnet 에 출연해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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