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정선 기자] '응징자'는 무섭도록 거친 영화다. 학교폭력에서 기인돼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복수에 관해 그린 이 작품은 주상욱과 양동근 두 배우가 표현하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응징자'는 지난 24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그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학창시절 창식(양동근 분)의 지독한 학교폭력으로 소중한 사람까지 잃게 된 준석(주상욱 분)의 복수극을 그린 작품. 불분명한 선악의 경계와 함께 복수와 폭력이 평범한 사람을 어떻게 괴물로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에는 온갖 거친 욕설과 폭력이 난무한다. 영화 초반 학교폭력을 비추는 대목에서는 단순한 폭력을 넘어서서 강간, 자살 등이 등장해 기선을 제압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여전히 평온한 인생을 살고 있는 창식과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으로 정신적 불구자가 된 준석의 재회가 그려지며 본격적인 복수극은 시작된다. 준석이 4회말까지의 승자라면 창식은 7회말 정도까지 다시 승기를 잡는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일 뿐이다.
'응징자'를 단순한 복수극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복수극이라고 하기엔 복수의 정도는 어설프다. 창식을 향한 준석의 악행은 통쾌하지 못하다. 오히려 창식은 어린 시절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준석의 출연으로 인해 그 속의 악한 본성을 깨우친다. 복수에 복수하기 위한 악행이라기 보다 스스로 악마가 되는 형국이다.
이는 신동엽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맞아떨어진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폭력의 악순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영화가 지닌 의미를 설명했다. 영화는 선악의 대결 구도로 인한 복수극이 아니라 선이 악이 되고 악이 선이 되는, 그 경계가 모호한 복수극을 그린다.
통쾌한 권선징악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응징자'가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두 배우가 충실히 채워준다. 주상욱, 양동근은 영화를 장악하는 연기력으로 살아숨쉬는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젠틀한 이미지의 배우 주상욱은 학교폭력의 피해자로서 평생 불구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준석을, 양동근은 남부럽지 않은 집안과 학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 어쩔 수 없는 악마 본성을 숨긴 창식을 표현한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연기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주상욱이 어느 정도 각이 잡혀 있는 연기 스타일이라면 양동근은 자유자재로 편안한 '나쁜 놈'을 연기한다. 이들은 마치 연기 대결이라도 펼치듯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응징자'는 사실 대다수 관객들의 기대와는 다른 내용물의 영화다. 통쾌한 복수보다는 악과 악의 대결, 폭력의 악순환 등이 이 작품이 그리고자 하는 내용이자 주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응징자'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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