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한국원가공학회장

정부가 마침내 역사 교과서를 8종 모두 수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같다. 사실 교과서의 심각한 문제는 '역사' 교과서만이 아니다. 77년 3공화국 말기 청와대 사정기관에 의해서 조달 비리와 함께 드러난 교과서 검인정 비리 사건에 대한 개혁 조치는 1979년 10·26사태로 5공화국에서 실종되어 버렸다. 이후 검정교과서 협회라는 관변단체를 만들어 퇴직 관료를 앉혀 놓고 법적 이윤율 10%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7~8배를 부당이득으로 챙겨, 최근 7차 교육과정에서만 부당이득 금액이 약 4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이명박 정부 100대 과제 연구 결과'에 이미 드러나 있다. 이 연구는 개선책으로 일본에서 47년째 시행하고 있는 '최고가 방식'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전혀 연구되지 않은 검인정 교과서 가격에 대한 '자율화(自律化)' 정책을 전격 시행했고, 그 결과 2009학년도 교과서 정가 사정에서 267억원 정도의 부당이득을 묵인했다. 중·고교 교과서 가격은 재작년 36.6% 폭등에 이어 지난해 11.3% 인상하고 올해에 또다시 인상되었다. 가격 자율화는 '자의화(恣意化)'로 변질되어 인상만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중학 체육 과목에서 가장 많은 20만부가량 주문을 받은 출판사는 체육 교과서 한 권으로 종전 교과서 사정 시의 이윤보다 19억원의 초과이윤을 얻게 됐다. 사용 기간이 5년이니 100억원대의 초과이윤으로, 말 그대로 '대박'이다. 그런데 수습책으로 나온 각 교육청의 교과서 가격 사정은 법적 근거도 없다. 교과서 채택 비리를 감독해야 하는 교육감에게는 종전의 교과서 가격 사정 잣대로 인하 조정을 권유할 법적인 권한이 없는 것이다.

조달청 입찰로 선정된 의무교육의 국정교과서인 초등 교과서도 심각하다. 붙임딱지(스티커)를 넣어서 물려줄 수도 없게 만든 것도 교육적으로 용납될 수 없거니와, 한 학년도에 100억원대의 초과이윤을 편취(騙取)하는 행위도 더는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가격 자율화가 본래의 기능을 가지려면 시장구조가 경쟁적이고 시장 형태가 공정해야 하는데 공공재인 교과서는 본질적으로 경쟁적 시장구조를 가질 수가 없다. 그동안 부풀려 받은 교과서 가격을 환수하여 국고에 충당하고 학생들이 직접 구입한 교과서는 그 차액을 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