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영화 '공범'은 손예진의 감정만 따라가면 적어도 '재미 없다'란 말이 나오지는 않을 영화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손예진만 따라가면 된다. '공범'은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 범죄자가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란 생각에서 시작한다. 극 중 손예진의 감정에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 있다. 따라가다 보면 아마 재미를 느낄 것이다"는  배우 김갑수의 말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지난 15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은 '공범'은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유괴살인사건의 공소시효 15일 전, 범인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하는 아빠를 떠올리게 되면서 시작되는 딸 다은(손예진 분)의 잔인한 의심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손예진의 존재는 이 잔인할 법한 이야기를 '감성 스릴러'로 만든다. 이것이 우리 나라 관객들도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른 핏빛 스릴러들과는 다른 지점이다. 이야기의 강도나 충격은 센 편이지만, 손예진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몇 지점에서나 보는 이를 울컥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다른 식으로 보면, 다은의 심리 드라마다.

손예진은 아빠를 의심하기 전과 후의 다은이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다은은 자신을 위해 평생을 희생해 온 아빠를 범인으로 의심하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천국과 지옥의 교차와 다름없다.

아빠를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딸과 그런 딸을 자신의 '심장'이라 말하는 아버지. 이 부녀는 이성간의 관계로 대치해도 될 만큼 로맨틱한 그림을 보여주는데, 이들을 '가족'으로 단단히 묶어둠으로 해서 드라마는 더 힘을 받게 된다. 과연 저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그것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란 물음이 영화 끝까지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범죄자를 가족으로 둔 법 집행가를 사례처럼 이 영화는 인간과 가족이라는 두 가치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한다. 하지만 사회 고발성 작품이 아닌 손예진 중심의 처절한 드라마라는 데 관전 포인트가 있다.

어느 순간 아빠가 범인이냐 아니냐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딸 다은이 아빠를 지키냐 안 지키냐의 지점에서 관객은 다은과 함께 갈등하고 고뇌하고 숨죽여 간다. 특히 여성 관객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감정 이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집이나 연출에서 감정선이 끊기는 지점이 있을 지언정, 다은의 선택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만드는 것은 손예진의 힘이다.

손예진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역발상 적인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흉악한 범죄자라면 어떨까. TV나 신문에서 접하는 범죄는 우리랑은 전혀 다른 남의 길 같지 않나. 한 번도 그런 생각조차 없었는데 막상 내 일이 되면 어떨까라는, 소재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국동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손예진, 김갑수, 김광규, 이규한, 임형준, 강신일 등이 출연한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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