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실내체, 서정환 기자] 농구코트에 개그맨 뺨치게 웃긴 선수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안양 KGC인삼공사의 외국선수 숀 에반스(25, 200cm)다. 그는 2011년 세인트존스대학을 졸업하고 독일과 D리그를 거쳐 한국에 왔다. KGC는 지난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선수 드래프트서 1라운드 7순위로 에반스를 뽑았다. 오세근의 공백을 감안해 주력과 리바운드가 좋은 선수를 원했는데 에반스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

13일 삼성전을 앞둔 이상범 감독은 "동부전에서 상대가 워낙 높이가 좋다보니 에반스가 밀렸다. 삼성전에서는 어느 정도 할 것이다. 어차피 공격은 기대 안한다. 수비에서 1:1은 밀리지 않는다. 장점을 살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에반스는 또 한 번 감독을 실망시켰다. 
 
에반스는 점프와 주력이 좋았다. 하지만 그는 수비리바운드를 잡고 직접 드리블로 치고 나가 슛까지 쏘는 '코스트 투 코스트(Coast to Coast)' 플레이를 좋아했다. 외곽에 포진한 동료들이 공을 달라 손짓해도 안하무인이었다. 독불장군이라도 일단 득점을 넣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에반스는 제대로 슛을 쏴보지도 못하고 드리블 미숙으로 실책을 5개나 범했다.

에반스의 골밑 마무리 능력은 최악이었다. 2쿼터 재밌는 장면이 나왔다. 골밑 깊숙한 곳에서 공을 잡은 에반스는 빙글 돌아 리버스 골밑슛을 올려놨다.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공은 보기 좋게 림에서 미끄러졌다. 지켜보던 이상범 감독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전날 에반스는 동부를 상대로 20분 동안 17개의 야투를 시도했지만 성공된 것은 5개뿐이었다. 삼성전 야투성공도 3개에 불과했다. '외국선수 맞나?' 싶을 정도의 ‘기름손’이다.

수비 이해도도 낮았다. 3쿼터 에반스는 속공에 나선 제스퍼 존슨을 뒤에서 블록슛하려고 풀파워로 점프했다. 이 때 존슨은 간단한 펌프페이크로 속이고 골밑득점을 올렸다. 깜빡 속은 에반스는 공중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심판을 바라보며 존슨이 공격자 3초를 범하지 않았냐며 항의했다. 관중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KGC는 가뜩이나 오세근의 부상으로 외국선수의 활약이 중요하다. 그런데 에반스는 팀의 기둥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에반스는 삼성을 상대로 8점, 5리바운드, 5실책을 기록했다. 맞상대 마이클 더니건이 1쿼터 일찌감치 발목부상으로 물러났는데도 삼성골밑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결국 이상범 감독은 4쿼터 마퀸 챈들러를 중용했다. 4쿼터에만 12점을 퍼부은 챈들러는 총 21점을 올렸다.

경기 후 이상범 감독은 에반스에 대해 “어제 못했던 것을 보여주려다 오버했다. (혼자 드리블 치다 뺏긴 것은) 나와서는 안될 실책이었다. 고쳐가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KGC는 개막 후 동부와 삼성에게 연패를 당했다. 이제 16일 만만치 않은 부산 KT를 상대한다. 에반스가 KT전에서도 나아진 모습이 없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시즌 중 교체당할 외국선수 후보가 있다면 현재 1순위는 에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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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실내체=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