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 대기업인 삼성그룹 채용의 첫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SAMSUNG Aptitude Test·싸트)가 13일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이날 전국 83개 고사장에서 치뤄진 SSAT에는 역대 최대인 13만여만명이 응시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정한 자체 기준에 충족되지 못한 지원자를 제외한 9만명이 시험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삼성이 최종 채용할 인원은 5500명으로 최종 경쟁률은 18대 1 수준이다.
이날 SSAT 시험 관리를 위해 휴일인데도 전국적으로 1만명의 삼성 임직원들이 동원됐다.
◇수능시험 방불케한 ‘삼성 고시’…13일 전국에 9만명 응시, 삼성 임직원 1만명 현장 관리
SSAT진행본부가 마련돼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속중고등학교에는 아침 5시30분에 첫 수험생이 도착했다고 삼성 관계자가 밝혔다. 경기도 광주에서 왔다는 이 수험생은 "걱정이 되서 일찍 출발했다"고 말했다.
에스원 직원과 삼성 인사팀 직원 한명이 탑승한 시험지 배송차량이 도착하는 모습이 마치 수능시험을 연상케 했다.
8시30분 입실 마감시간 훨씬 이전인 오전 6시 무렵부터 수십명이 도착하는 등 일찍부터 시험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각 주요 고사장 마다 SSAT 이후 면접 관련 수업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취업 준비 사교육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8시 10분부터 학교로 들어오는 지원자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뛰어들어오는 지각자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반면, 오전 8시40분쯤 학교 출입문이 완전히 차단된 후 도착한 사람들은 수험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한 여성 수험자는 울먹이며 자리를 떴고 또 다른 남성은 한동안 학교 앞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은 응시자 확인 후 오전 9시20분부터 130분간 적성검사를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처음 내놓은 웨어러블(입는) 스마트기기 '갤럭시 기어'를 포함한 전기기기 사용이 일절 금지됐다.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수험 관련 책을 보며 시험을 준비하거나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수험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삼성고시 개선방안 취업지망생들 관심…삼성 고시 수험서만 87개
취업난이 심각해지는 와중에 삼성 입사 시험이 이처럼 입사 지망생은 물론 그 가족들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뜨거운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함에 따라 삼성측은 SSAT개선에 착수했다.
삼성그룹 이인용 커뮤니케이션 팀장(사장)은 최근 “올해 하반기 SSAT 응시자가 10만명을 돌파하고 SSAT를 위한 사교육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며 “삼성 그룹 차원에서 해결 및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응시자들은 내년부터 SSAT가 사라질까봐 불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SSAT가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고 확인했다.
삼성그룹 입사 수험서는 대학가와 서점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13일 ‘인터파크 도서’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삼성 입사용(SSAT) 관련 수험서는 87개에 달한다. LG그룹 계열이 19개, 두산(DCAT)은 18개, 한화(HAT)가 11개, 현대자동차그룹(HMAT)과 금호아시아나가 각각 5개, 3개로 뒤를 이은 것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일주일간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인 수험서는 ‘에듀스 SSAT 삼성직무적성검사 실전모의고사 이공계’로 집계됐다. 삼성그룹 입사 수험서가 각 서점의 수험서 판매 1위를 휩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파크 도서 관계자는 “SSAT 서적이 많은 것은 삼성그룹이 채용인원이 많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통과돼야 시험을 거치는 다른 기업과 달리 삼성은 응시 자격만 충족되면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 SAAT 수험서 판매량이 2010년부터 매년 평균 60% 이상 급신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각 서점과 출판사, 대학교 마다 삼성그룹 입사 수험을 위한 전용 코너와 전용 강좌가 생겨나고 있다. 또 이들 삼성그룹 입사 수험서는 대부분 한 권에 2만원이 넘어 취업 준비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