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대사원에 모여든 이슬람 순례객들

Q. 동남아시아에는 불교 국가가 많은데 인도네시아는 어떻게 해서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가 되었는가?(독자 양유석씨가 지난 5일 Why? 보내온 질문입니다.)

A.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4500만명 중 87%가 이슬람교도다. 이슬람이 들어오기 전에는 불교와 힌두교가 지배적인 종교였다. 지리적으로도 이슬람의 성지 아라비아로부터 1만4000㎞나 떨어져 있다. 그런 나라가 이슬람 인구가 압도적인 국가로 변모한 과정을 설명하는 '정설'은 없다. 한 이슬람 전문가는 "고대 한국이 왜 하필 불교 국가가 됐느냐는 질문만큼이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다수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 이슬람이 본격적으로 유입된 것은 13세기부터다. 이슬람 상인들과 인도네시아 현지 상인들의 무역에 물꼬를 튼 것이 계기였다. 양쪽의 무역에선 후추와 주석 등이 풍부했던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Ache)가 중심지였고 이슬람 상인들은 이 지역에 군락을 이루며 살기 시작했다.

14세기 이 지역엔 아체 왕국이라는 강력한 이슬람 왕국이 탄생한다. 이슬람 상인들이 현지의 통치자에게 부를 안겨주고 호감을 샀기 때문에 그를 이슬람으로 개종시켜, 이슬람 왕국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통치자가 먼저 이슬람을 수용하자 지역 주민들도 천천히 이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체왕국이 강대한 부를 바탕으로 강성해짐에 따라 영토 역시 넓어지고 이슬람 개종자들이 사회적으로 우대를 받으면서, 이슬람 역시 동에서 서로 확산됐다.

인도네시아를 400년 넘게 식민 지배했던 네덜란드가 다른 서방국가와 달리 기독교 개종을 강요하지 않은 것도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국가로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편 인도네시아에 유래한 이슬람 종파는 원리주의와 거리가 먼 수피 계열이었다. 신비주의 성향이 강한 수피 계열 이슬람은 기존 힌두교나 불교 전통과 충돌하는 일이 없었다. 지역 관습과 수피 이슬람이 유사한 부분이 많아 더 쉽게 이슬람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도움말: 한국외대 서명교 교수(종교사회학), 한양대 ERICA 캠퍼스 이희수 교수(문화인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