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제주·김해공항을 제외하고 국내 지방 공항 이용률이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 윤후덕 의원(민주당)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활주로 활용률이 한 자릿수인 공항이 전국 14개 공항 중 10곳이나 됐다. 이 가운데 양양공항은 0.5%밖에 안 됐다. 항공기 200편이 뜨고 내릴 수 있는 공항에 1편만 오갔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양양공항은 항공기가 연간 4만3000편 뜨고 내릴 수 있게 설계돼 있지만 지난해 실제 이용한 항공기는 198편에 그쳤다. 항공기가 이틀에 한 대꼴로 뜨고 내렸다는 의미다. 그나마 양양공항의 활주로 활용률은 2011년 0.2%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0.5%로 반등한 것이다.

원주공항과 무안공항도 활용률이 각각 0.6%, 0.7%에 불과해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산공항과 사천공항도 1.0%와 1.1%로 활용률이 극히 낮았다.

200대 설계 용량에 1대꼴 이용

원주공항은 최근 5년간 0.6%에 머물러 있고 무안공항은 2009년 이후 0.6~0.8%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군산공항은 2010년 이후 1.0%에 계속 머물러 있고 사천공항은 2009년 1.4%였던 활용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양양공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지난해 64명에 불과했다. 원주공항(226명), 무안공항(263명), 사천공항(378명), 군산공항(440명), 포항공항(716명)도 1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양양공항은 중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한 덕분에 2011년 16명, 2012년 64명, 올해 상반기 109명으로 이용객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공항 운영 현황.

14개 공항 중 김포·제주·김해공항을 제외한 모든 공항이 적자를 냈다. 울산공항이 90억원으로 가장 많은 적자를 냈고 포항공항(82억), 여수공항(82억원), 무안공항(79억원), 양양공항(77억원) 등의 적자 폭도 컸다.

문제는 적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공항의 적자는 2009년(56억원)에 비해 1.6배가 늘었다. 포항공항, 여수공항, 무안공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11개 공항이 낸 적자는 2009년 480억원에서 지난해 597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반면 김포공항(1352억)과 김해공항(746억), 제주공항(555억)의 수익이 나머지 공항의 적자를 메워 지방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전체적으로 2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수요 계산 않고 정치 고려로 지어

지방 공항들은 2010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 각종 고속도로 신설 등 육상 교통로가 뚫릴 때마다 이용객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지방 공항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상당수 지방 공항들이 육상 교통로 증설을 감안하지 않고 유력 정치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지어진 데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 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체로 적자가 큰 공항일수록 직원 수가 많고 인건비·경비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가 많은 포항공항과 무안공항, 양양공항은 원주공항이나 군산공항, 사천공항과 비교해 활주로 활용률은 비슷했지만 직원 수는 더 많았다. 정규직 직원 수는 포항공항이 31명, 무안공항이 30명, 양양공항이 19명인 데 반해 군산공항과 원주공항은 각각 7명과 9명이었다. 사천공항도 17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호남고속철도와 원주~강릉 간 준고속철, 서울~양양 고속도로 등이 놓이면 공항 수요는 더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후덕 의원은 "공항 외 사업을 다각화하고 양양공항과 평창동계올림픽처럼 지역 행사와 긴밀하게 연계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노선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현지 마케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방 공항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며 "적자 상태인 11개 지방 공항의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2010년 기준 2075억원에 달하며 733명의 고용 유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활주로 활용률

공항 활주로의 설계 용량 대비 실제 이용 횟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예를 들어 연간 10만대가 뜨고 내릴 수 있게 설계했는데, 1만대만 이용했다면 활용률이 10%다. 전문가들은 활용률이 50% 안팎은 나와야 활성화된 공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