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일 밤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마리끌레르 아시아 스타 어워드'에서 남자배우상을 받은 왕우(69)가 수상소감을 말하자, 그의 뒤를 이어 무대에 올라온 김지석 BIFF 수석 프로그래머가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어떻게 당신을 잊겠습니까. 한국의 중년 남자들은 모두 당신을 기억하고, 고마워하고 있을 거예요."
'외팔이'(장철 감독·1967) 왕우가 돌아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가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신작 '실혼'(감독 청몽홍)과 '외팔이'를 상영한다. 그가 오른팔을 잃은 검객으로 나온 영화 '외팔이'는 홍콩 무협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고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어 자신이 직접 연출한 영화 '용호의 결투'(1970)까지 성공하면서 그는 홍콩영화계에서 '천황거성'(天皇巨星)으로 불리게 됐다. 2년 전 중풍을 앓은 왕우는 이날 지팡이를 짚고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큰 키와 늘씬한 몸에는 왕년의 액션배우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는 "한국인과 나의 공통점은 강하다는 것이다. 중풍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 움직이기도 힘들지만 나는 다시 영화를 찍고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한다. 그리고 여전히 진로(소주)도 10병 정도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장쑤성 출신인 왕우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국무술을 배웠고, 10대 후반에 홍콩으로 건너갔다. 이소룡과 동시대를 살았으며, 성룡·홍금보 등이 그의 후배다. 그는 "이소룡과는 함께 홍콩을 쏘다니며 노는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싸운 적은 없다. 다리로는 그에게 못 당했지만 팔씨름은 내가 그를 이겼다"고 했다. "그무렵 한국의 정창화 감독과 배우 김지미의 영화를 많이 봤어요. 그 둘과 함께 작업할 수 있기를 바랐었죠."
감독과 배우로 성공한 왕우는 영화계를 떠나 사업을 했다가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다. 그는 "돈을 많이 잃었다. 영화 속 영웅이 현실의 영웅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촬영장에서 할아버지인 나를 다들 '따거'(형님)라고 부른다. 지금 제일 잘나가는 액션 배우인 견자단은 '따거가 보고 있으면 긴장이 돼서 무술 연기를 못하겠다'고 투정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