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소녀
소녀는 수녀원에 딸린 고아원에서 자랐다. 소녀는 그러나 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순수함만 남은 금욕의 세계. 종교의식과 의복, 검은색과 흰색, 유색 보석은 가브리엘 샤넬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 시절 싹튼 미적 감수성은 훗날 샤넬 여사의 가방이 되고 옷이 되고 시계가 된다.
②코코
스무 살 무렵부터 가브리엘 샤넬은 낮엔 옷을 만들고 밤엔 노래를 부르며 생활했다. 이때부터 그녀는 '코코(Coco)'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누가 트로카데로에서 코코를 보았는가'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기 때문이다. 가브리엘은 이 별명을 두고 훗날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어린 시절 날 불렀던 애칭"이라고 지어서 말하기도 했다.
③연인
샤넬은 부유한 장교 에티엔트 발상과 만나면서 사교계와 인연을 맺게 된다. 두 번째 연인은 영국의 세련된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보이 카펠. 카펠은 샤넬에게 문학과 동양 문화, 고급 취향의 세계를 열어 보였고, 샤넬이 도빌에 자신만의 첫 부티크를 열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카펠은 샤넬이 일생 가장 사랑했던 남자였다. 행복은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카펠이 자동차 사고로 숨을 거둔 것. 코코 샤넬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나도 함께 죽을 게 아니라면, 우리가 함께 시작한 것들을 마무리 지어야겠죠." 이후에도 샤넬은 디미트리 대공, 웨스트민스터 공작 등과 연애를 한다. 그리고 이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영감으로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한다. 샤넬의 시계가 연인의 것을 빌려 쓰던 것에서 시작됐듯, 샤넬의 영감의 시작은 언제나 연인과의 눈맞춤이었다.
④마드모아젤
샤넬은 평생을 홀로 살았다. 그녀는 여러 남자를 만났지만, 결국 자신의 일보다 사랑하는 것은 없었다고 훗날 고백하기도 했다. 그녀는 철저히 맨손으로 시작했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달려야 했다. 그녀는 여성을 해방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해방한 사람이기도 했다. 거추장스러운 건 몸에 걸치지 않고 살았다. 옷은 잘라냈고, 가방엔 끈을 달았고, 시계는 손목에 찼다. 필요하다면 군복과 남성복에서도 영감을 빌려왔다. 삶은 그녀를 종종 배반했지만, 그녀는 삶을 끈질기게 살아냈다. 그녀가 숨을 거둔 1971년 1월 10일은 일요일이었다. 그녀가 일하지 않고 보낸 유일한 일요일이었다.